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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우찬제의 문화이야기] 환대의 윤리와 품격

전혀 알지 못하는 남에게 마음을 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흔쾌히 소통하기보다는 모르는 척 관계 맺기를 거절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도 없지 않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디뉴의 미리엘 주교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가난한 구두장이 세묜이 그 예외를 대표한다.

미리엘 주교는 집 앞에 나타난 이방인에게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따위를 묻지 않고 집 안에 들여 환대한다. 세묜은 추운 겨울날 교회 옆에 쓰러져 있던 헐벗은 사내를 보고 외면하려다 양심의 가책을 받고 그를 데리고 집으로 가 환대한다. 물론 아내로부터 바가지를 긁혀야 했다.

이 무조건적 환대의 결과는 어떠했던가. 미리엘 주교의 환대를 받은 이방인은 주인을 해칠 생각까지 하다가, 그 집 안의 유일한 재산이랄 수 있는 은촛대를 훔쳐 달아난다. 환대의 불행한 결과다. 반면 세묜의 경우는 달랐다. 세묜이 환대한 이방인은 다름 아닌 천사였다.

그러기에 세묜에게 결과적으로 천사의 은혜를 베풀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교훈을 준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정작 자기 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힘’이라는 것, 따라서 사람은 걱정이나 욕망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환대의 윤리와 품격
ⓒshutterstock

그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적 환대는 대개 종교적 무의식과 관련되지 않을까 싶다. 일상적으로는 조건적 환대가 대부분일 것이다. 조건을 교환하는 가운데 환대 혹은 초대가 이뤄진다. 이때 부등가교환이 심각하면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다. 대리기사가 취객의 차를 집까지 운전해주기로 1만 원에 합의했다.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취객은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그리로 가자고 했다. 불만이 조금 있었겠지만 대리기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랐다. 그리로 한참을 가던 중 다시 고객은 집으로 가자고 했다. 기사의 불만은 좀 더 커졌을 것이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 대리기사는 취객에게 요금을 1만 원 추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취객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원래 1만 원에 자기 차를 운전해주기로 했으니 더 줄 의무가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기사는 어이가 없었다. 당초 약속한 거리보다 세 배쯤 더 운전했는데, 자기 개인 기사도 아니고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래도 취객이 막무가내로 나오자 집 근처 도로에 차를 세우고 내려버렸다. 할 수 없이 취객은 집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음주운전했다. 이때다 싶어 대리기사는 그 장면을 사진 찍고 음주운전 신고를 했다. 결국 취객은 음주운전으로, 신고한 대리기사는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일 수도 있다. 취객이 너무 예의 없이 갑질을 해 대리기사가 추가적인 일을 하지 못하도록 업무 방해를 한 것이니 그렇게 당해도 싸다, 이런 생각들이 많을 것이고, 아무리 그랬다고 해도 취한 고객에게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신고까지 한 것은 대리기사로서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술에 취한 사람의 행태를 어디까지 이해해줄 것인가의 문제도 이 사건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환대 혹은 초대의 문제로 보면 양쪽 다 과실이 있는 것 같다. 취객은 자기 필요에 의해 대리기사를 초대했다. 그렇다면 마땅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고 환대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돈을 지불하는 갑이라는 생각에 빠져 초대 주체의 윤리를 다하지 못했다.

대리기사에게 취객은 자신을 초대한 고객이다. 초대에 응한 자로서 본분을 다하고자 했겠지만, 고객의 과도한 무례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보복하고 말았다. 결국 세묜의 사례는 현실에서는 지극히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남을 진심으로 초대하고 허심탄회하게 환대하는 사례들이 확산돼야 우리 사회의 품격이 고양될 터인데, 참 걱정이다.

 

·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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