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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문화, 지금] '평창'이 문화올림픽이 되려면

내년 2월이면 세계가 평창으로 향한다. 지구촌 인류의 겨울 큰 잔치인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도 사실상 올 한 해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만은 멋지게 치러야 한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여건과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보란 듯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구나 세 번의 도전 끝에 따온 것이 아닌가.

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림픽이야말로 인류의 평화와 화합과 희망의 상징이고, 개최국의 경기력과 경제력은 물론 삶과 문화, 자연을 보여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한민국의 전통과 현대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통해 인종과 국가, 사상과 종교를 초월한 소통과 감동을 나누는 매력적인 축제의 한 마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화올림픽. 말이 쉽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을 위해 평창은 남은 1년 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까. 올림픽은 그 시작과 끝이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폐막식이야말로 개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다.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예술을 집약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삼바와 아마존 밀림이 어우러진 지난해 리우 하계올림픽 개막식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엔 단순한 ‘전통춤’과 ‘남미의 자연’을 넘어 브라질 국민의 정체성인 열정과 공동체 의식이 녹아 있었고, 환경에 대한 가치가 들어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개막식에서부터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예술과 삶, 그것의 터전인 자연이 어우러져야 한다. 단순히 그것의 아름다움만 나열해서는 아무런 감동이 없다. 그것을 통해 올림픽이 지향하는, 지구촌 인류 모두가 느끼고 공감할 메시지와 가치를 가져야
한다.

한류행사

ⓒ문화체육관광부

독창성과 보편성. 문화로 하나 되는 올림픽이 되려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담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세계인들에게 익숙하고, 또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한류’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이미 지구촌이 우리 문화에 친숙하고, 그 매력을 알고 있다.

kpop공연

ⓒ문화체육관광부


그러나 한류 하나로 평창이 문화올림픽이 될 수는 없다. 단순히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판을 벌였던 K-POP 공연을 다시 펼치고 인기 드라마의 짜깁기 영상이나 보여준다면, 평창은 우리만의 문화에서 세계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재탕’에 불과한 무대가 될 것이다.

한류이미지

ⓒ문화체육관광부

평창이 진정 우리와 세계인의 문화올림픽이 되려면 한류 하나로는 안 된다. 현재로 과거를 끌어올리고, 인류 공동체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 더 좁게는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도 얼마든지 지구촌 공동의 정서와 가치가 있으며, 다른 민족의 문화와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전통과 유산이 있고, 자연도 있다.

2012년 유네스코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한 ‘아리랑’ 하나만 놓고 보자.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아리랑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과 다양성이다.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니다. 지역마다 지신들만의 아리랑이 있고, 사람마다 자신의 마음과 처지를 노랫말에 넣어도 여전히 ‘아리랑’이다.

‘홀로아리랑’처럼 민족통일의 꿈을 담은 대중가요도 있고, 재즈와 접목시켜 프랑스인들을 매료시키는 나윤선의 아리랑도 있다. 분위기와 장르에 따라 장단과 고저를 변형해도, 랩과 결합해도 어색하지 않다. 어느 나라의 전통악기와 만나도 어울리면서 자신의 본래 모습, 원형은 잃어버리지 않는 명품 ‘아리랑’. 그 본고장의 하나인 정선이 강원도에 있다.

그 정선이, 정선의 아리랑이 얼마든지 진도를 부르고, 밀양을 초청하고, 오케스트라와 만나고, 각국의 다양한 전통악기와도 어울려야 한다.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아리랑대축제’가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오케스트라와 전통악기, 국악인과 성악가와 대중가수, 피아니스트와 무용가가 ‘아리랑’ 하나로 만났고, 서로 다른 느낌과 색깔, 역사와 삶의 무늬를 가진 지역 아리랑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

평창에서는 K-POP도 한바탕 아리랑과 어울려 한류의 흥과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히 ‘정선아리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개·폐막식, 시상식 등 공식행사 배경음악으로 쓴다는 차원을 넘어서 리우 올림픽의 삼바처럼 평창동계올림픽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료는 많다.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유산, 자연이 있는 강릉의 오죽헌, 오대산 월정사, 설악산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야 한다. 신사임당도 있고, 송강 정철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인류 보편적 감동과 한국인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담아야 한다. 한류 원조격인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가 주연을 맡아 방영 예정인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도 올림픽이 열리는 곳의 또 다른 깊이와 매력을 드러낼 좋은 기회다.

강원도에는 바다(동해)와 산도 있고, 소박하고 정겨운 사람과 삶의 현장이 있다. 문화라고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화려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가장 아기자기하게 풀어놓고 정성스럽게 보여줄 때, 세계인들도 마음을 열고 평창을 오래 기억한다. 이제 새로운 사람들이 하나둘 가세하고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상투적이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이를 ‘콘텐츠’로 창조해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단순히 경제력과 스포츠 경쟁력의 과시가 아닌 모든 국가와 민족이 벽을 넘어 소통과 공감으로 나아갈 때, 평창도 진정한 지구촌 축제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문화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과 저력, 문화적 재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대현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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