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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나이가 드는 만큼 삶도 빠르게 흐른다. 특히 인생의 반환점을 지난 중년에게 시간은 여울목의 물살이다. 잡기도 힘들고 그냥 흘려보내자니 허망한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 ‘이렇게 살다 빈 껍질처럼 내 인생도 떠내려가나’ 하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이런 중년들에게 그 시절 노래는 뜨거운 청춘과 삶의 신산함을 함께한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저자들은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들을 찾아 배경이 된 장소를 여행하면서 노랫말을 음미하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맛있게 비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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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 곡 김동률 지음 | 권태균·석재현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 | 328쪽 | 1만4000원

 

“노래 ‘광화문 연가’는 이 땅의 기성세대들에게 잠자고 있던 옛날 기억을 일깨워준다.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과거의 세계로 주유하게 된다. 그래서 이른바 꽃다운 시절로 돌아가 입가에 웃음을 띠기도 한다. 세월 따라 떠난 그 시절 청춘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대한민국의 심장 광화문 네거리는 몰려드는 사람들과 빌딩 숲으로 숨이 막힌다. 하지만 ‘광화문 연가’ 노래가 흐르면 광화문 네거리는 추억과 낭만의 옷을 갈아입는다. 특히 은행잎이 지는 가을부터 눈 내리는 겨울엔 이 노래가 저절로 입안에 맴돈다.

1970년대 젊은이들은 좌절과 불안한 삶, 그리고 상실감에 시달렸다. 여기에 그들이 부르던 많은 노래는 퇴폐 혹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곡 딱지가 붙었다. 시대의 애한과 고뇌를 담은 노래는 부르지 말라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생명력이 더해져 서너 명만 모이면 소리 높여 부르는 합창곡으로 변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 전편에 흐르는,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사냥’과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부르는 ‘왜 불러’는 그 시절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궂은비 내리는 날 /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중략).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 낭만에 대하여.”

가수 최백호가 부르는 ‘낭만에 대하여’는 중년의 메마른 가슴을 흔든다. 저자는 “이곡이 기성세대를 위무하기 위해 태어났다”며 “돌아가고 싶은 그런 시절들에 대해 추억해보라고 이 땅의 중년들에게 속삭이고 있다”고 말한다.

중년은 얻은 만큼 많은 것을 떠나보냈다. 젊은 시절엔 사랑하는 사람을, 철들어서는 공부하려고 혹은 일을 하려고 고향을 떠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을 하나둘 떠나보낸다. 저자와 함께 월간 <신동아> 연재를 위해 취재를 다녔던 사진작가 권태균 교수는 올 1월 답사를 다녀온 이틀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 저자의 상실감과 그리움이 짠하게 느껴진다.

책을 넘기면 수많은 사연과 함께 ‘봄날은 간다’, ‘향수’, ‘골목길’,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20곡이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사람은 가도 노래는 남고, 추억은 더 생생하다.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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