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화 <국제시장>이 대세다. 이 정도 영화라면 일종의 사회문화 현상으로 인식돼 갖가지 ‘해석 전쟁’으로 이어진다. <국제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6·25전쟁, 파독 광부, 베트남전 참전, 이산가족 찾기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담아낸 영화에 대해 과거 시대에 대한 미화냐 아니냐 하는 논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박은 정작 가장 중요한 관객 입장을 놓치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관객들이 줄을 섰느냐는 점, 결국 ‘국제시장 현상’에 대한 분석은 바로 이 지점부터 해석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시장>은 지난해 12월 17일 개봉 후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점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타이를 이루며 일찌감치 1000만 관객 돌파가 예견됐다. 그런데 이 수치는 흥행 분포에 있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같은 세대로서 그 인생 역정에 공감할 이들은 60~70대, 부모로부터 그 시절 얘길 살갑게 전해 들었던 40~50대다. 이들은 어떤 지표로 봐도 영화 관람이 왕성한 세대가 아니다. 이른바 후발 관객층, 영화가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뒤 입소문을 통해 정보를 얻어 극장을 찾는 늦깎이 관객층이다.
결국 <국제시장> 초반 흥행 강세를 가능케 했던 계층은 중·장년층이 아니라 10~30대 젊은 층이란 얘기다. 여기서 논점은 어째서 2010년대 젊은 층은 개발 연대를 중심으로 한 질곡의 역사를 그토록 지켜보고 싶어 했느냐는 문제로 넘어간다. 과거사 미화건 뭐건 간에, 일단 젊은 층이 이 시대에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국제시장>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젊은 층은 지난 수년간 자신들이 경험한 바 없는 근현대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386세대의 1980년대 청춘담 <써니>의 주 관객층은 1980~90년대생이었다. <위험한 상견례> 역시 1980년대를 배경으로 영호남 갈등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로 260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2012년에도 1980~90년대 조직폭력배 간의 대결을 다룬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상반기 최대 히트를 기록했고, 1990년대 포스트 386세대 청춘담 <건축학 개론>도 크게 히트했다. 2013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980년대 부림사건 변호를 극화한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넘기며 초대박 라인에 입성했다. 그리고 2014년 <국제시장>이다.
해석은 한 맥락이다. 젊은 층은 근현대사 속 사건과 상황, 묘사 등을 통해 시대의 맥락을 파악하고 싶어 한다. 현실의 문제를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알고자 한다. 긍정적 시선이건 부정적 시선이건, 노스탤지어로 그득한 시선이건 환멸을 담은 시선이건, 무엇이건 관계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스펙트럼 그 자체가 팔리고 있는 것이며, 여기서 이념 대립적 관점은 허상이 돼버린다. <국제시장>의 관객층은 바로 <변호인>의 관객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영화 담론의 장에서 관객의 존재가 빠져버린 인상이다. 각자 이해와 관점을 드러내며 해석 전쟁만 반복할 뿐이다. 그러나 관객은 늘 그런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더 큰 차원의 호흡을 시작한다. <국제시장>으로 그 호흡은 더욱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글· 이문원(대중문화 평론가) fletch@empas.com 20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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