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독서 캠프, 독서 교실, 독서 여행, 독서 논술 등등.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새해가 시작되면 책을 읽자는 취지의 이런저런 독서 운동이 기획된다. 책 읽기란 연중 계속해야 하는 일이지 어찌 새해 계획이랄 수 있을까만,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탓에 이런 캠페인까지 기획해야 했으리라.
독서량이 꾸준히 감소해 대학 도서관에는 폐기를 앞둔 장서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볼거리나 읽을거리가 너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책을 안 읽는 경우도 많을 터. 국가 차원에서 기획했던 고전(古典) 읽기 열풍에 다시 불을 붙일 수는 없을까?
한국자유교양추진회의 광고 ‘고전 공급인’ 편(동아일보 1971년 1월 30일)을 보자. “자유교양 고전 공급인 모집”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70년도엔 130여 만 명이 고전 읽기에 참가했읍니다”라며 도서 보급에 대한 기대감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책을 싸게, 어디서나 사볼 수 있도록 하고, 각급 교육기관에 고전을 납품할 건실하고 의욕 있는” 도서 공급인(서적상)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서적상을 경영하면서 전국서적상연합회장, 각 교육기관장, 시·도지부장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현금이나 당좌수표로 도서를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격 조건을 충족했다.

시·군 단위로 1명만 선정했다는 점에서, 고전 도서 공급자로 선정될 경우에는 거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거의 모든 모집 공고가 그렇듯이 별도의 비주얼을 쓰지 않고 전달하려는 내용을 카피 위주로 구성했다. 전년도에 130여 만 명이 고전 읽기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납품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 서적상의 관심을 유도할 설득 코드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1968년 이후 읽기 행사를 주도한 국가 단체가 두 개 있었다.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한국자유교양추진회는 초·중·고 학생과 대학생들에게 지정된 고전을 읽게 한 다음 자유교양경시대회를 거의 매년 개최했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서는 대통령기를 ‘쟁탈’하는 것이었다. 1968년에 제1회 ‘대통령기 쟁탈 고전 읽기 대회’가 열렸다. 또한 문교부(현 교육부) 산하 단체인 한국자유교육협회도 고전 국역 사업과 출판 사업을 활발히 전개했다.
당시 언론은 고전 읽기 대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체성과 자유교양 운동’이라는 문화 칼럼에서는 “중국의 사서삼경(四書三經) 등 남의 고전도 우리 것으로 보다 차원 높은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재생(再生)시키며, 보다 폭넓은 세계 속의 한국을 재발견”(동아일보 1968년 11월 21일)하게 한다는 데서, 독서 운동의 가치와 의의를 찾았다.
강제로 책을 읽히려는 운동이 효과가 있겠느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당시 신문 기사에서는 “학생 독서량 늘어… 양서 읽기, 독후감 쓰기 의무화 등 주효(奏效)”(동아일보 1971년 8월 12일)라며 강제 독서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만약 기업의 입사 서류에 그동안 읽은 교양도서 100권의 제목을 첨부하라고 하면 억지로라도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을까?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치지 말고, 다시 고전을 읽게 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장) 201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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