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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참기 힘든 카페인, 생필품? 합법적 마약?

"뇌, 신경, 근육을 자극하는 이 화학물질은 생활필수품이고 모든 국민이 사용한다."

1896년 미국 국방장관 보고서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피곤하고 식량이 부족할 때는 이런 자극제가 요긴하게 쓰이므로, 비축 품목이 되어야 하고 비상 전투식량에 포함되어야 한다."

카페인

카페인 권하는 사회 / 머리 카펜터 지음 | 김정은 옮김 | 중앙북스 | 359쪽 | 1만5000원

이 화학물질은 무엇일까. 바로 카페인이다. 그리고 카페인의 보고라 할 '고체 커피 추출물'은 군 비상식량에 넉넉하게 들어갔다. 따라서 미국의 커피 소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당연하다. 당시 미국은 참전 군인에게 전쟁 스트레스를 이겨낼 활력소로 인스턴트 커피를 제공해 국방부에 커피 구매 담당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전후엔 동결건조 기술이 개발되어 커피 믹스가 상품화됐으며 1952년 범미국커피사무국 주도로 '커피 휴식(Coffee Break)'이란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가 쓴 이 책은 '현대인의 만병통치약, 카페인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카페인은 1819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가 친구 괴테의 부탁으로 처음 커피에서 추출한 화학물질. 커피를 뜻하는 독일어 '카페(Kaffee)'에서 따온 이 화학물질은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잊게 해주며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커피의 어원이 커피나무가 처음 발견된 에티오피아 지역 이름이자 '힘'을 뜻하는 아랍어인 '카파(caffa)'라는 설이 유력한 것도 그 증거의 하나다.

커피뿐이 아니다. 1886년 약사 존 펨버턴이 코카 잎 추출물과 콜라 열매 등을 혼합해 만든 '음료수' 코카콜라도 당초 소화불량, 두통 등에 특효인 강장제로 소개되었다. 그 카페인은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미국인들의 경우 하루 섭취량의 3분의 2를 커피에서 섭취하지만, 콜라, 청량음료는 물론 에너지 드링크, 해열제, 진통제, 껌 등 다양한 상품에 들어 있다. 심지어 오렌지 음료에도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으니 우리는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운동선수들은 물론 직장인, 학생들까지 알게 모르게 카페인에 취해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부제에서 시사하듯 카페인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담배와 더불어 '합법적 마약'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2000년 개정된 DSM(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정신장애 진단분류 체계)은 카페인 중독, 카페인 유발 불안장애, 카페인 유발 수면장애, 따로 지정되지 않은 카페인 관련 장애 등 4가지 카페인 장애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또 있다. 세계반도핑기구와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04년까지 카페인을 금지약물 목록에 포함시킨 바 있고, 미국대학체육협회는 여전히 카페인의 섭취 허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적 사실만 정리한 것이 아니라 멕시코 커피농장, 중국의 합성 카페인 공장, 미국의 전투식량연구소 등의 현장 취재를 녹여내 읽는 맛을 더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건물에 2~3개의 카페가 들어서 있고, 커피 맛 감별이 교양의 척도까지 이른 듯한 우리 현실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커피, 그보다는 카페인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벌써 두 잔째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글 ·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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