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백제 마지막 수도, 삼천궁녀와 낙화암, 의자왕, 계백 장군, 능산리 고분, 금동대향로, 서동요, 연꽃, 부소산성과 궁남지…. 우리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고도(古都) 부여는 다양한 모습이다.
부여의 시간은 백마강처럼 평화롭고 느긋하다. 그러나 곳곳의 성벽, 건축물, 고분, 돌과 풀 한 포기에 담긴 사연은 뜨겁고 깊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면 부여의 매력을 만나기 어렵다. 진짜 부여를 만나는 방법은 있다. 느긋하게 유물과 마주하고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부여 곳곳을 타박타박 걸으며 백제의 역사유적뿐만 아니라 설화와 지역의 유래, 맛집 순례 등 부여의 어제와 오늘을 흥미롭게 담는다.

▷타박타박 부여 나긋나긋 사비 | 김정현· 윤민 지음 | 비하인드 | 448쪽 | 1만5000원
"3등신 몸에 네모반듯한 얼굴, 그 넓적한 얼굴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길고 초점 없는 외꺼풀 눈과 반듯한 코와 도톰한 입술이 웹툰에 나올 것 같은 존재감 넘치는 외양을 구성하고 있다. 그 순박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기운이 온갖 화려한 유혹에 물든 눈과 마음을 정화해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부여군 임천면 대조사에서 만난 미륵보살입상 모습이다. 투박한 이 미륵불은 고단하게 살았던 민초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즉, 미륵불이 내려와 힘들고 어려운 이 땅을 구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얼굴에 투영되었다.
조촌면 송국리 일대는 최대 규모의 청동기시대 유적지로 꼽힌다.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전 400년 무렵까지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주거지 약 70기와 나무 울타리 목책, 나무 침을 꽂아 방어할 수 있는 녹채 시설이 존재했다. 이곳에서 주거지, 방어시설과 분묘시설 등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부여 읍내를 말없이 껴안고 있는 106m의 부소산은 부여의 터줏대감이다. 부소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부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사자루가 자리 잡고 있다.
산을 둘러싼 부소산성을 천천히 감상하고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낙화암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백제 여인들의 강인함과 처연함은 무심한 강물을 타고 흘러간다. 왼쪽으로 이어진 샛길을 따라가면 희귀식물 고란초가 자라고 있는 고란사가 세월의 무게를 이고 있다.
정림사지 오층석탑도 빼놓을 수 없다. 6세기 중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사비 도성 한복판에서 1400여 년을 꿋꿋이 견디고 있다. 탑에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이 새겨져 있다.
저자들은 자전거 타고 궁남지 돌아보기, 백제요에서 백제 도자기 만들어보기 등 부여와 백제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여행을 제안한다. 때마침 지난 7월 4일 공주·부여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여행하기 딱 좋은 가을날, 부여로 떠나면 백제인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사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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