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5년은 양의 해이다. 한국인들에게 양은 제법 친숙하지만, 생활 반경에 가까운 동물은 아니다. 초등학생만 돼도 양이 대략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동물인지를 안다. 하지만 소나 돼지처럼 시골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식육으로 자주 접하는 것도 아니다.
양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는 서너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온순’도 그중 하나일 테고, ‘초원의 양떼’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목자’를 떠올릴 수 있겠다. ‘희생양’도 그중 하나겠고.

양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더 풍부한 사실과 연계를 담고 있다. 동시에 약간의 오해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양은 가축 가운데 ‘무리 짓기’를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동물행동학 관점에서 무리 짓기를 빼고는 양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 또한 무리 짓기와 모두 연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 짓기는 보통 온순한 동물들이 진화 과정에서 생존 수단으로 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는 영양이나 얼룩말, 누 등이 그 예다. 사람 또한 무리 짓기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인간 역시 동물로서는 ‘온순한’ 속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희생양’이란 표현의 기원 또한 무리 짓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예로 고대 유대인들은 많은 사람의 죄를 대신 씌워 양 한 마리를 황야로 내쫓았는데, 이를 희생양이라 불렀다. 양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있으면 생존 확률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당하는 양의 입장에서는 가혹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동물 행동생태학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양의 무리 짓기는 보통 4마리 이상일 때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 가운데는 예외 없이 리더가 있으며, 다른 양들은 리더 양의 움직임을 맹목적이다 싶을 정도로 따른다. 사람의 경우 ‘셋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스승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양은 사람보다는 좀 숫자가 많아야 위계질서랄까 체계가 생기는 점이 흥미롭다.
양을 연상하면 목자를 떠올리는 것 또한 목자 한 사람의 지도로 수많은 양떼를 어렵지 않게 통제할 수 있는 특성과 관련이 있다. 종교의 상징적 관점에서는 양을 이끄는 건 목자인데, 생태학적 시각에서는 초원이라는 점이 다르다고나 할까. 실제로 한국에서 양들이 많이 사육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초원이 덜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목동 문화가 양을 많이 키우는 중동이나 유럽, 몽골 등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구상 최초의 체세포 복제 대상이 된 것도 양이다. 2015년은 ‘돌리(Dolly)’라고 불린 복제 양이 탄생한 지 20년이 된다. 실제 체세포 복제의 가능성이 1995년 실험을 통해 확인됐으므로 올해가 체세포 복제 기술이 만들어진 20주년이기도 하다.
한편 무리 짓는 것 하나만으로는 가축으로 사육되기 이전의 야생 양들이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양들도 나름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http://youtu.be/RoSwGVckUDY) 등에서도 양들의 이런 행동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양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소와 비슷하며 훈육도 가능하고 사람과 동료 양들의 얼굴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두뇌를 갖고 있다.
글·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1.5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