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곱슬머리가 더 건조한 이유

 

“난 왜 머리를 사나흘만 안 감으면 ‘떡’이 되지? 당신 머리카락은 안 그런데.” “글쎄 당신은 직모고, 나는 곱슬인 거와 관계있지 않을까? 남녀 차이도 있을 수 있겠고.” 중년 부부가 산책길에서 머리카락 얘기를 나눈다. 부인의 머리카락은 ‘스트레이트 퍼머’를 한 듯 직모다. 반면 남편은 심한 곱슬머리다.

성인들은 대체로 자신만의 머리 감기 주기를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은 매일 감고, 일부는 이삼일 혹은 사나흘에 한 번씩, 극단적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감는 사람도 있다. 머리 감는 주기를 결정하는 건 개개인의 습관이나 취향일 터. 그러나 머리카락이 속칭 ‘떡’이 되는 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의 구부러짐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동안 머리를 안 감으면 머리카락끼리 들러붙어 덩어리를 이루려는 상태, 즉 떡이 될 가능성은 곱슬머리에 비해 직모가 훨씬 크다. 곱슬머리인 사람과 직모인 사람의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이는 직모인 사람들이 머리를 더 자주 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4 0164 02

▷머리카락이 곧은 가수 아이유와 곱슬머리 미녀 가수 나탈리 화이트.

 

머리카락이 떡이 되는 건 두피에서 나오는 피지 때문이다. 모근이 있는 모낭 주변에는 피지샘이 있다. 머리카락은 두피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에 앞서 피지샘으로부터 분비된 피지를 먼저 묻히고 나온다. 두피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의 피지는 땀이나 기름기, 먼지 등과 결합한다. 이런 상태가 심화되면 머리카락의 올끼리 서로 들러붙기 쉽다. 직모는 머리결이 곧다 보니 더 들러붙기 쉽다.

하지만 곱슬머리는 올들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피지가 머리카락 전체로 고루 퍼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극심한 곱슬머리가 대부분인 흑인들의 머리카락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시각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 손으로 만져봐도 흑인들의 곱슬머리는 직모에 비해 훨씬 건조하다. 기름기가 그만큼 적어서이다. 피지 자체의 분비량은 흑인들이 백인들에 비해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곱슬머리 때문에 머리카락은 기름기가 적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나는 체모들이 곱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머리카락은 직모인 사람도 겨드랑이 등의 털은 거의 곱슬한 형태이다. 체모가 곱슬할수록 해당 부위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데 유리한 까닭에 이런 형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직모든 곱슬머리든 머리카락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똑같다. 손톱, 발톱의 주성분과 같은데 머리카락의 케라틴이 좀 더 탄력적이다. 한데 성분은 같지만, 곱슬과 직모는 ‘태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태생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머리카락의 단면이다. 머리카락을 잘라보면 직모일수록 원형에 가깝다. 곱슬머리는 타원형이고, 심한 곱슬머리는 단춧구멍 형태라고 할 만큼 납작하다. 머리카락의 단면이 이처럼 다른 것은 무엇보다 모낭의 형태가 원형, 타원형, 단춧구멍 모양 등으로 다른 탓이다.

직모냐 곱슬머리냐에 따라 굵기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인체의 조직이나 부위 중에서 머리카락만큼 개인별 편차가 큰 것도 드물다. 보통 직모가 굵은 경향이 있는데, 굵은 직모는 두께가 0.2mm 안팎에 이를 수도 있다. 한편 곱슬머리는 심한 경우 굵기가 0.02mm에 불과한 것도 있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3.9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