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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날마다 성큼! 봄이 오는 속도

“뭔가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니?”

“맞아, 햇살이 왠지 봄 느낌이 나.”

1월 하순 정부 대전청사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두 여성의 대화에 ‘훈풍’이 살랑거린다. 1월 하순이면 절기상으로는 겨울의 한복판이다. 한데 봄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두 여성의 계절 체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계절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겨울이랄 수 있는 1월 하순에도 지평선 너머로 어른거리는 봄빛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1월 하순에 느껴지는 ‘봄빛’의 실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하늘로 제법 높이 떠오른 태양이 봄빛을 느끼게 했을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한 예로 1월 27일 정오의 대전 지역 태양 고도는 35도 정도였다. 약 한 달 전인 12월 동지 때의 30도에 비해 5도가량 해가 높이 솟은 것이다.

 

5도 정도면 대다수 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할 만한 각도다. 대전 등 중부지방에서 태양의 고도는 겨울에서 여름으로 갈 때 한 달 평균 8도가량 높아진다. 한겨울과 한여름에는 고도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한 달에 대략 5도가량 변한다. 반면 춘분, 즉 3월 하순 전후의 시기에는 한 달에 10도 이상 고도가 치솟는다. 추분, 즉 9월 하순 전후에도 마찬가지로 고도의 변화가 크다.

 

동백꽃

▷ 경남 통영시 정량동 이순신공원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동백꽃

 

계절별로 다채로운 빛에 대한 묘사는 시나 소설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힘없는’ 겨울빛이라든지, 생동감과 활력의 상징이 되곤 하는 봄빛 같은 게 그 예다. 빛에 대한 작가들의 여러 표현은 문학적 감수성의 발로겠지만, 실은 상당 부분이 과학적 사실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면 이론상 12월 하순 구름 없는 날, 서울 지역 1㎡의 대지에 내리쬐는 햇빛의 에너지는 500W로 6월 하지 때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반면 3월 중순에는 햇빛 에너지 수준이 800W까지 올라간다. 이는 바깥 온도가 5℃로 똑같을지라도 남쪽을 향해 차를 주차해놓았을 때 1월 초순에 비해 3월 초순의 차 안이 훨씬 따뜻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겨울빛은 봄빛보다 힘(에너지)이 떨어지는 탓이다.

 

계절에 따른 빛의 변화를 느끼는 건 주관 혹은 체질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점 하나는 계절 빛의 변화 속도는 매번 일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빛을 기준으로 한다면, 봄이 오는 속도를 얼마든지 계산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제주의 봄빛은 서울보다 2주가량 빠르게 찾아온다. 제주는 위도가 서울보다 4도가량 낮은데, 이런 까닭에 태양의 고도는 같은 날이라면 거의 그만큼 높다. 구체적인 예로 정오 햇빛의 입사각이 40도에 이르는 날이 제주에서는 2월 4일 무렵인데, 서울에서는 설 연휴 직전인 2월 16일은 되어야 한다.  

 

체감 기온이 서울이나 제주가 똑같은 2월의 어느 날, 서울 사람이 제주를 방문하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제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산이나 목포, 여수, 통영과 같은 남쪽 도시들은 서울과 위도 차이가 2도 이상 나는 까닭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 봄빛을 빨리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지구의 공전 특성상 춘분이 가까워질수록 해는 매일 성큼성큼 큰 폭으로 고도를 높여가게 돼 있다. 꽃샘추위나 이상 한파의 심술은 있겠지만, 봄은 한번 오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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