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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속성 다이어트, 근육만 죽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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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물주가 참 얄궂어요. 살이 빠질 때는 근육이 먼저 줄어들고, 반대로 찔 때는 지방이 먼저 불어납니다.”

의사 경력 30년인 내과의 M씨는 다이어트가 쉽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인간 특유의 생리 메커니즘을 지목한다.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속성’ 다이어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노출이 많은 여름 휴가철에는 아예 4~5일을 거의 굶다시피하는 무리한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감행하는 이들도 있다.

굶으면 확실히 단시간에 체중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속성 다이어트를 통한 살 빼기 효과는 실은 최소한 ‘절반’은 눈속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더듬어 보자.

사나흘 정도 굶어 살을 뺀 사람들은 주변에서 십중팔구 이런 얘기들을 접한다. “어머, 너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살 빠졌다” 혹은 “야~, 아주 핼쓱해졌는데” 등의 감탄사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 반쯤은 ‘허언’이다. 살이 빠졌다는 인상을 받은 부위가 얼굴일 확률이 높은 탓이다. 이는 얼굴의 지방이 빠져서라기보다는 근육 등이 줄어서일 확률이 매우 높다. 반대로 배나 허벅지 등의 살 감소는 미미하다.

다이어트로 근육과 살이 얼마나 빠지는지 대략 계산도 가능하다. 하루 한끼씩만 먹는 속성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하자. 성인 남자라면 하루 한끼 평균 900칼로리, 여자는 700칼로리가량을 섭취해야 한다.

한끼만 먹는다면 남녀 각각 1,800칼로리와 1,400칼로리의 부족분이 발생하는 셈이다. 3일 동안 하루 한끼만 먹고 버틸 경우 남성은 5천칼로리 이상, 여성은 4천칼로리 이상의 영양 결핍상태가 초래된다. 5천칼로리면 이론적으로 600그램의 지방을 태워야 나오는 열량이므로 지방을 이만큼 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백질로 치면 1,200그램 이상의 열량에 해당한다.

굶으면 단백질 중심인 근육이 빠지므로 하루 한끼씩만 먹었다면 ‘아까운’ 근육만 날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나흘 다이어트로 얼굴 살이 쏙 빠진 사람의 허벅지 둘레를 재보면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다만 복부는 좀 빠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배가 비워져 있는 탓이다.

속성 다이어트는 의학적으로는 전혀 재미를 붙일 만한 일이 못 된다.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심혈관에 악영향을 끼쳐 어지럼증이 올 수 있는 것은 물론 위가 줄어들어 다시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불편한 느낌이 올 수도 있다.

현대인들은 언젠가부터 ‘지방은 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지방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인체 지방은 크게 4종류로 나뉘는데, 문제가 되는 지방은 특히 복부 근처에 많은 백색지방과 내장지방이다. 어린이들에게 많다가 나이가 들면 줄어드는 갈색지방은 오히려 몸에 좋은 지방이다. 옛말에 “등 따습고, 배 부르면…”이라며 등이 따뜻한 걸 강조한 대목이 있는데, 갈색지방은 등 부위에 특히 많다. 어린아이들이 옷을 얇게 입어도 어른들보다 겨울에 추위를 덜 타는 이유이다. 갈색지방은 또 다른 지방의 연소를 돕는 역할까지 한다. 한마디로 많을수록 좋은 게 바로 갈색지방이다.

또 ‘나쁜’ 지방으로 지목되는 백색지방이나 내장지방도 그저 백해무익인 것만은 아니다. 에너지 저장에 지방만큼 효율적인 인체 조직 혹은 기관도 없다. 게다가 지방세포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넘쳐도 곤란하지만 없어도 해가 될 수 있는 게 지방이다.

속성 다이어트의 한계는 분명하다. 잘 유지해야 할 근육의 양을 줄이는 대신 지방을 빼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성인이 되면 근육세포의 숫자는 사라질지언정 더는 늘지 않는다. 또 한번 죽은 근육세포는 재생이 안 된다. 장수 시대, 젊은 날 속성 다이어트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7.21
도움말 : 문현웅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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