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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푸드스토리] 나른한 봄, 기운 돋우는 부추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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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추는 이율배반의 소채(蔬菜)다. 예부터 청빈의 상징이면서 강정식품으로 여겨졌다. 청백하다고 해서 기력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전혀 다른 성질이 한 채소에 담긴 것이 아무래도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 남제(南齊)의 상서가부랑(尙書駕部郞) 유고지(庾之)는 매우 청빈해 반찬으로 늘 삼구라고 일컬어지는 부추김치·삶은 부추·생 부추 세 가지만 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읊은 시 <정월 초하룻날 감회를 적다(元日書懷)>에서

라고 노래했다. <정조실록>에는 정조가 신하들에게 “부추나물에 소금국이 비록 박하기는 해도 내주(內廚)의 진수성찬보다 맛은 더 좋으니 경들도 각기 한번 배불리 먹어 보라”고 권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소박한 음식으로 알려진 부추가 원기회복과 정력증강에 효능이 있다는 점이다.

예부터 민간에서는 부추가 양기를 북돋워 준다고 해서 기양초(起陽草) 또는 장양초(壯陽草)라 했고,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성욕만 커지게 만든다고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불렀다. 장복하면 오줌 줄기가 벽을 허문다 하여 파벽초(破壁草)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부부 사이 좋으면 집 허물고 부추 심는다’고 해서 붙은 파옥초(破屋草)라는 명칭은 그 효력을 직설적으로 말해준다. 경상도지방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하는데 정력을 오랫동안 유지시켜주는 채소[精久持]라는 의미다.

<본초강목>에도 부추는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좋게 하는 “온신고정(溫腎固精)의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부추는 마늘·파·달래 등과 함께 불가에서 금기시하는 오신채(五辛菜)에 포함된다. 음심을 동하게 하고 화를 잘 내게 한다는 이유다. 청빈한학자들이 부추를 즐겨먹은 것은 성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운을 차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고려 후기의 문신 이색(李穡)은 병석에서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부추는 재생력이 강해 한 해에도 여러 번 채취가 가능하다. 이른 봄에 나는 부추는 부드러운 데다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아 제일로 친다. 옛말에 ‘봄 부추는 인삼·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 ‘봄 부추 한 단은 피 한 방울보다 낫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중국의 역사서 <남사(南史)>의 주랑전(周郞傳)에는 문덕태자(文德太子)가 일찍이 주옹에게 “채식 중에서 어떤 나물의 맛이 가장 좋더냐”고 묻자, 주옹이 대답하기를 “초봄의 이른 부추나물과 늦가을의 늦배추였습니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후기의 학자 유장원(柳長源)이 저술한 예서 <상변통고(常變通攷)>에는 ‘봄의 시제에 서인은 부추를 올린다’는 대목이 있다. 부추로는 비빔밥과 전을 해먹으면 제격인데, 서울 중심가에서도 아예 ‘부추’를 내건 집을 찾아가면 이 둘을 모두 맛볼 수 있다.

글·예종석(한양대 경영학부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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