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하품도 종류가 있다고?”
하품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엄마 뱃속의 태아도 하품을 한다. 하지만 하품이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품에는 최소 두 종류가 있다. ‘즉발적 하품’과 ‘전파성 하품’이 그것이다. 하품 혹은 하품과 유사한 현상은 뱀이나 개구리 같은 이른바 하등동물에서도 관찰된다. 개와 같은 포유류는 말할 것도 없다.
한데 사람과 침팬지는 즉발적 하품 외에도 전파성 하품을 하는 ‘유이한’ 동물들이다. 전파성 하품이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침팬지가 하품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하는 하품이다. 반면 즉발성 하품은 곁에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나온다. 물론 의식적인 행동도 아니다. 하지만 전파성 하품은 주변에 꼭 남이 있어야 한다. 전파성 하품의 실체는 보통 사람들도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다.
가족 혹은 회사 동료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일부러 한번 하품을 해 보라. 그러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십중팔구 누군가 따라서 한다. 그리고 이 하품은 계속해 다른 사람들에게로 ‘전염’된다. 왜 인간(혹은 침팬지)은 최소한 두 종류의 하품을 하는 것일까? 가장 흔하고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생리현상이 하품이지만, 아쉽게도 과학자들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없다. 이런저런 가설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사람들은 피곤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가 부족하면 하품을 하는 것이라고 손쉽게 추정했다. 하지만 산소가 충분하다 못해 인위적으로 산소 농도를 높인 실내에서도 여지없이 하품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피곤하지도, 산소가 부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품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미국 메릴랜드 치과대학 연구팀은 이와 관련, 실험을 통해 하품이 두뇌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와 비슷해서 머리가 ‘뜨거워지면’ 뇌세포 등의 작동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두뇌 온도가 상승할 때 하품을 하면 머릿속을 식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 식히기’ 가설은 하품의 전파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하품을 하면 다른 사람이 따라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전파성 하품이 고도의 사회성 행동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전파성 하품을 하는 생물은 인간 이외에 침팬지 정도가 유일하다.
전파성 하품의 사회성과 관련해 제기된 대표적인 학설은 ‘공감’ 이론이다. 누군가가 하품을 하면,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하품을 따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실험에서 친한 친구 혹은 연인이 하품을 하면 따라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어린아이들은 즉발적 하품은 하지만 전파성 하품은 여간해서 하지 않는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 이는 전파성 하품이 공감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듀크 의과대학팀의 최근 실험에 따르면, 공감 요인 한 가지만으로는 전파성 하품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성이 정상인 사람 가운데도 전파성 하품 빈도가 낮은 예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듀크대 연구에서는 공감 능력보다는 오히려 단일 요인으로 나이가 전파성 하품을 예측할 수 있는 더 유력한 잣대로 지목됐다. 나이를 먹을수록 전파성 하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듀크대 연구팀도 인정했듯 나이 요인의 영향은 8퍼센트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성 하품의 이유가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얘기다.
절기상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하품을 할 확률이 서서히 높아지는 시기이다. 가을은 봄과 함께 하품이 가장 흔한 계절로 지목된다. 도대체 하품을 왜 하는지, 스스로 과학자가 돼서 한 번쯤 그 원인을 추론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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