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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일상의 역사] 단오의 꽃, 그네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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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네뛰기나 널뛰기는 아마도 모두에게 가물가물한 기억일 것이다.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에 그네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타는 어린이가 없어 쇠사슬 사이사이에 녹이 슬어 있는 걸 보면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싶다. 최근 대한민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릉단오제’가 막을 내렸다. 여러 이벤트성 행사에 묻혀 그네뛰기가 크게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전통적으로 그네뛰기는 단옷날에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 하이라이트 행사였다. 1970년대 후반 들어 한국민속촌에서는 우리 민속놀이의 계승과 재현에 공을 들였다.

한국민속촌의 광고 ‘민속경연대회’ 편(동아일보 1976년 6월 1일)을 보자. 헤드라인은 “제1회 민속 그네뛰기 및 널뛰기 경연대회 안내”이다.

본문에서는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민속경기(놀이)를 재현 보존 및 육성하기 위하여” 한국민속촌에서 그네뛰기와 널뛰기 경연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한국민속촌이 주최했지만 교통부, 경기도, 한국방송공사, 국제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가 후원했다는 점에서 여러 관계기관이 협조한 주목할 만한 행사였음이 분명하다.

외그네뛰기, 쌍그네뛰기, 널뛰기 같은 세 가지 경기 종목에 만18세 이상의 여자만 참가할 수 있었다. 상의 종류는 1등, 2등, 3등에 이어 추가로 미기상과 장려상이 있었다. 다 알겠는데 미기상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미기상(美技賞)에 대해 ‘연기나 경기 따위에서 훌륭한 기량을 발휘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즘에도 야구경기에서 멋진 수비를 한 선수에게 이 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민속경연대회에서는 가장 높이 뛰는 선수가 상위의 상을 받았을 테고, 그네를 뛰고 널을 뛰는 자태가 고운 선수는 미기상을 받았으리라. 어쩌면 포토제닉상 같은 성격이 아니었겠나. 장려상에 한복지 한 벌을 부상으로 준 것도 지난 시절의 아련한 풍경이다.

1974년 개장한 한국민속촌이 불과 2년 만에 우리 민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를 기획한 것은 탁월한 안목이었다. 조선 후기의 생활상이 깃든 민속촌에서 단옷날 그네를 뛰고 널을 뛰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으리라. 추천(?韆)이라고 했던 그네뛰기는 단옷날에 여성이 가장 좋아하던 놀이였다. 1년 내내 바깥 구경을 못하던 젊은 여인들은 단옷날만큼은 밖에 나와 해방감을 맛보았다고 한다. 그네뛰기는 혼자서 뛰는 외그네와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올라타서 뛰는 쌍그네가 대표적이다. 누가 가장 높이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端午風情)>은 부녀자의 그네 뛰는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의 문화말살정책에 따라 단오제는 물론 그네뛰기가 거의 사라졌다가 겨우 ‘강릉 단오제’로 명맥을 잇고 있다. 서정주 시인은 <추천사(?韆詞)>에서 이런 절창을 남겼다. “서(西)으로 가는 달 같이는 /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 바람이 파도(波濤)를 밀어 올리듯이 /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 향단아.”

그네를 타보지 못한 아이들!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아파트 풍정’이라고 제목을 붙이면 안 될까? ‘아파트 추천사’라는 제목으로 시를 써보면 안 될까? 아니면 한국민속촌에서 그네뛰기 대회를 다시 열어보면 안 될까?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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