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몰운대는 아득한 벼랑과 그 속에 담긴 사연들로 벅차게 다가선다. 수려한 경치가 금강산에 뒤지지 않아 소금강으로 불리는 정선의 절경 끝자락에 몰운대는 위치했다.

황동규 시인은 듬성듬성 솟은 바위에 걸터앉아 몰‘ 운대’를 노래했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 도무지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시인들의 시비는 몰운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운치를 더한다. 산길을 따라 300여 미터 걸으면 길이 끝나는 곳에 바위와 수백 년 된 고목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몰운대에 경계가 되는 쇳덩어리들은 없다. 그래서 더욱 아슬아슬하고 마음 졸여지는지도 모른다. 벼랑 아래로는 정선 조양강으로 흘러드는 어천이 흐르고 계곡 옆으로는 해질 무렵 밥 짓는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내는 마을이 들어서 있다.

시인들이 사랑한 몰운대 해질녘 풍경
황동규 외에도 여러 시인들이 몰운대의 해질녘 풍경과 감회를 시에 담았다. 시인 이인평은 ‘해거름에, 고요의 여운을 쓸어오는 물소리가 / 내 오랜 갈증의 혀를 적신다’고 했고, 시인 박정대는 ‘강물은 부드러운 손길로 몰운대를 껴안고 / 그곳에서 나의 그리움은 새롭게 시작되었네 / 세상의 끝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었네’라고 읊조렸다. 계곡과 어우러진 몰운대의 비경은 벼랑 아래서 살펴보면 더욱 윤곽이 선명하다. 몰운대를 에돌아 마을로 접어들면 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가을이면 이곳에 단풍도 곱게 물들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최근에는 몰운대를 시작으로 화암약수터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도 인기가 높다.

남한강 천리 물길의 출발지, 아우라지
이곳 산책로는 푹신푹신하고 경사가 평이해 가족끼리의 아기자기한 산행으로도 알맞다. 황동규의 ‘몰운대행’에는 화암약수터 호텔여주인이 몰운대행 산책을 권하는 시구도 나와 발걸음을 더욱 들썩이게 만든다. 시인들의 사랑을 받은 몰운대는 그 수려한 공간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구미호>, <닥터 진>,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등의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조양강 줄기 따라 정선 아우라지로 향하면 향수가 담긴 물길이 이어진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여량면 아우라지는 민요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된 곳이다. ‘정선아리랑’의 ‘애정편’에 아우라지가 등장하는데 임을 보낸 여인의 애절함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는 ‘아우라지 처녀상’도 들어서 있다. 아우라지는 남한강 천리 물길을 따라 처음 뗏목이 출발하던 곳이었다. 강변에 외롭게 떠 있는 뗏목 옆에 내려서면 떠난 임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아우라지는 김원일의 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도 동경하는 고향으로 그려지고 있다.

뗏목이 오가던 한적한 아우라지는 최근 모습이 많이 변했다. 하천을 잇는 돌다리와 함께 대형 조형물이 세워진 다리도 들어섰다, 돌다리 인근은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세상이다. 아우라지역에는 열차 카페, 물고기 카페가 문을 열어 편안한 휴식이 가능해졌다. 아우라지는 구절리까지 오가는 레일바이크의 종점이기도 하다. 한적하게 페달로 철길을 오가는 가족들과 눈인사도 나눌 수 있다.
정선의 향수를 더듬는 데는 옛 장터가 또 좋다. 정선 나들이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정선시장이다. 읍내시장에 들어서면 냄새가 고소하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시장 초입부터 수수떡에 전병, 족발 등 먹을거리가 한가득이다. 인심 좋게 생긴 할머니의 덕담에는 신바람이 가득하다. 여름이면 찰옥수수, 감자, 마늘 등이 쏟아져 나온다.

가리왕산 휴양림에서의 하룻밤도 청아
시장 안에 마련된 먹자골목 외에도 곳곳 식당에서는 정선의 별미인 곤드레밥과 콧등치기 국수가 상위에 오른다. 매 끝자리 2, 7일에는 정선시장에 오일장이 들어서는데 장날이면 떡메치기, 간이 아라리 공연 등이 곁들여져 먹고 보고 즐기는 큰 잔치가 펼쳐진다.
장날 읍내버스를 타면 산나물, 야채 등을 한 짐 지고 차에 오른 어르신들 얘기만 들어도 구수한 향기가 솔솔 쏟아진다.

가족 나들이라면 가리왕산 휴양림에서의 하룻밤이 청아하다.
정선의 숲을 대변하는 가리왕산은 주목 구상나무 외에도 산삼이 나는 곳으로 유명한 산이다. 온갖 야생화가 피어나고 여름, 가을이면 녹음과 단풍이 우거진 숲 탐방로가 일품이다. 휴양림을 따라 숲속의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회동계곡이 흐른다. 읍내에서 휴양림까지는 하루 일곱 차례 군내버스가 다녀 교통도 제법 편리한 편이다.
글과 사진·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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