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비롯해 무녀도·장자도·대장도 등 4개의 섬을 엮은 군(群)이다. 중심은 선유도(仙遊島)다. 서울 사람들은 선유도라고 하면 한강 양화대교와 연결되는 섬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신선이 노니는 섬’이란 이름은 서울보다 군산 선유도에 더 잘 어울린다.
선유도로 가기 위해서는 군산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야 한다. 보통 섬의 경우 차를 실을 수 있는 큰 배가 다니지만, 선유도에는 그런 배가 없다. 그래서 섬을 방문하는 모든 이는 차 없이 두 발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도보 여행자에게는 더 좋다.
지난 9월 1일, 여객선터미널 안 행선지를 표시하는 전광판은 선유도·어청도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어쩐지 선유도보다는 어청도가 더 눈에 들어왔다. 곽재구 시인의 <포구 기행>에 소개됐던 그 섬, 어청도. 흐린 기억이지만, 시인이 예찬한 여러 포구 중 어청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포구 기행>에서 처연한 분위기가 물씬하다고 묘사했던 섬. 아직도 배를 타고 서너 시간을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더 끌린다.

배는 50분 남짓 물을 갈라 선유도 선착장에 닿았다. 노란색 페인트로 ‘선유민박’이라고 쓴 미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25인승 버스를 혼자 타고 3분을 달려 선유도 중심으로 이동했다. 해경출장소가 있는 이곳은 10여 군데의 민박과 음식점이 밀집한 곳으로 여행객들은 여기에서 여장을 푼다.
선유도에서 곧장 자전거를 빌려 여행에 나섰다. 방사형으로 퍼져 있는 4개 섬을 연도교로 잇는 고군산군도에서는 방위를 제대로 잡기가 쉽지 않다. 가운데 자리한 선유도도 백사장을 연결고리로 마치 두 개의 섬이 맞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섬의 중심인 해경출장소를 등지고 시선을 바다로 향하면 왼편으로 다리, 오른편으로 백사장과 황토색을 띠는 암벽이 보인다.
다리는 장자도로 이어진 장자대교, 암벽은 망주봉이다. 장자대교를 건너면 장자도·대장도에 이른다. 망주봉 쪽은 백사장과 선유도의 끝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장자도로 향했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이어 만든 다리를 건너면 또다시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둘 건너니 순식간에 섬의 북단 대장도다. 대장도의 ‘꿈꾸는바다펜션’ 뒤로 보이는 암봉이 바로 대장봉(143미터)이다.

자전거나 도보로 대장봉 트레킹
현재 8개 코스가 조성된 군산 구불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여유·풍요·자유를 느끼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길’이라는 뜻이다. 이리저리 구부러진 모양을 뜻하는 ‘구불구불’에서 따왔단다. 또 한자로 이름을 붙이면, 오래 머무를 ‘구(久)’자에 풀 우거질 ‘불(?)’자라고 한다.
대장봉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풀 우거질 ‘불(?)’자와 잘 어울리는 수풀 무성한 길이 나타났다.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구불길’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길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날카로운 억새 잎이 반바지 차림의 다리를 할퀴었다. 반면에 머리 위로는 싱싱하고 푸른 상록수가 빽빽해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수풀을 헤치고 가다 느닷없이 바다 게를 만났다. 갯벌에서 올라와 길을 가로질러 수풀로 내빼는 것이 마치 생쥐나 날다람쥐 같다.
대장도 입구에서 시계 방향으로 20분만 올라가면 산 정상이다. 중간에 암벽 구간이 있는데,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더라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슬리퍼나 샌들은 벗겨질 위험이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암벽을 오르며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가 일품이다.
섬 남쪽은 소나무 숲에 가려 보이지 않고, 북쪽과 서쪽 바다가 훤하다. 사방에 크고 작은 섬이 많아 수면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수면 위로 김 양식을 위해 설치한 스티로폼이 둥둥 떠 있다.
대장봉에서 다시 시계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 가파른 암벽을 몇 개 건너니 장자할매바위가 보이는 초막을 만났다. 스러져가는 초막은 아마도 제를 지낼 때 썼던 것 같다.
대장봉을 위시로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약 1킬로미터.
30분 정도 걸린다. 짧은 산행으로 안성맞춤이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대장도·장자도를 거쳐 선유도로 나왔다. 해경파출소에서 망주봉을 향해 선유도 북단 몽돌해수욕장으로 길을 잡았다. 가는 길, 서쪽으로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6~7시경이면 그림 같은 낙조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서둘러 몽돌해수욕장까지 간 뒤 되돌아나와 6시 30분경 망주봉 아래 백사장에 섰다.
태양이 수면에 맞닿으려면 한 시간 정도는 시간이 남았다. 백사장에 풀썩 주저앉아 태양을 마주했다. 붉게 타는 태양과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 또 그 일직선상에 두 개의 등대가 서 있어 운치가 그만이다. 간간이 백사장 길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까지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전설이 깃든 섬, 무녀도엔 익모초 만발
7시 30분경,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시간, 지나는 사람들 모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서해안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튿날 무녀도(巫女島)로 방향을 잡았다. 고군산군도의 남쪽, 선착장에서 선유대교를 건너면 섬 입구다. 콘크리트를 상판으로 얹은 다리 가장자리는 아직 공사가 완공되지 않아 어수선하다.
무녀도는 장구 모양의 섬과 그 옆에 술잔처럼 생긴 섬 하나가 붙어 있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을 추는 모양’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이름 자체가 전설이다. 옛 이름은 서‘ 들이’였다고 한다. 서둘러 일하지 않으면 밥벌이하기 힘들 정도로 물자가 부족한 섬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중앙에는 학교가 하나 있다. 무녀초교 앞을 지나 콘크리트 길을 계속해서 지나면 새만금방조제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연도교 공사가 한창인 무녀도 북동쪽 끝으로 향한다. 연도교의 한 축을 담당할 거대한 기둥은 알파벳 ‘D’자 모양으로 솟아 있다.
마을 앞을 통과해 모퉁이를 지나니 농로가 나왔다. 양 옆으로 우거진 풀과 야생화를 보니 눈이 선해졌다. 왼편은 바다, 오른편은 논. 9월의 햇살을 받은 벼는 아직 푸른 빛이다. 그러나 이내황금빛으로 변하고 추수가 시작될 것이다. 아마도 작은 섬에서 이만한 넓이의 논은 간척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덕분에 쭉 뻗은 농로 길이 생겼고, 야생화가 가득한 길이 됐다.
농로 양편으로 익모초가 만발했다. 줄기는 각이 지고, 꽃대는 옥수수 모양처럼 풍성하다. 옥수수같이 생긴 꽃대에는 작은 꽃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옥수수에 꽃이 핀 것 같은 모양이다.
익모초(益母草)는 한자로 ‘어머니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여성에게 좋은 약초로 산후 조리나 몸이 찬 여성에게 좋다. 예전에는 익모초를 물에 넣고 물엿처럼 끈끈해질 때까지 달인 뒤 환(丸)을 만들어 약재로 썼다. 또 줄기가 둥그렇지 않고 각이 져 있어 육모초로도 불린다. 꿀풀과 식물들이 대체로 이런 모양이다.
농로를 지나면 다시 해안가를 따라 콘크리트 길이 나 있다. 최근에 조성돼 연도교 방향으로 나 있다. 이곳에는 지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무래도 숙소가 있는 선유도 중심에서 가장 먼 곳에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호랑나비가 있는 농로를 지나 무녀초교 방향으로 가지 않고 시계 방향으로 돌면 무녀염전과 무녀봉 가는 길이다. 남쪽으로 나 있는 무녀봉 가는 길은 산책로로 좋다.
무녀봉에서 내려와 다시 시계 방향으로 돌면 선유대교가 나온다.
글과사진 · 김영주 (여행 칼럼니스트)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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