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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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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넌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배우 김영철이 했던 이 명대사는 개그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하는 등 대표적인 유행어가 됐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빈번하게 겪는 감정이기도 하다. 출퇴근길 도로 위에서라든가 학교나 회사에서,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부터, 심지어 가까운 가족에게까지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모멸감’을 겪는다.

모멸은 ‘업신여기고 얕잡아봄’으로 풀이된다. 나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거나 격하될 때 갖는 괴로운 감정이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괴한다. 한국인의 일상에 만연한 ‘모멸감’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모멸감을 분석하기 위해 뉴스 기사,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오가는 대사, 수많은 문학작품 등에서 수집한 적실한 실례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는 우선 모멸이 부르는 파괴력을 우려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모멸감은 흔히 ‘정서적인 원자폭탄’이라고도 불리며, 인간을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폭력으로 발화하기도 한다.”

모욕을 주고받는 데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이 있을까? 저자는 급변한 사회 환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선 시대에 형성된 귀천의식과 신분적 우열 관념은 외형을 달리한 채 끈질기게 지속되어 왔고, 산업사회 및 소비사회와 맞물려 사람들 사이에 피곤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는 자본주의의 도래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사회제도와 경제력 간의 불균형, 삶의 형태와 의식 사이의 불균형이 문제의 핵심이다. 절대 빈곤, 실업 등으로 인해 최소한의 품위를 갖출 수 없다는 것, 자신이 무능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은 큰 모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훼손된 자아를 보상받으려는 집단 콤플렉스가 공격적인 민족주의와 편협한 인종주의로도 나타나게 된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다. 바로 '음악'으로 표현한 모멸감이다. 작곡가 유주환 선생이 이 책에서 열 군데 대목을 골라 열 개의 곡을 만들었다. 책과 함께 CD로 들어 있다. 음악사적으로도 불안이나 분노, 고독이나 초조함, 슬픔이나 기쁨 등을 주제로 한 곡들은 많지만 모멸감을 표현한 곡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모멸감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저자는 학력이나 외모, 경제력, 피부색, 나이 등 외형적인 차이로 멸시하는 문화와 사회 풍토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 사회와 제도가 정비되더라도 모멸감을 아예 느끼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 존중과 자존의 문화는 여럿이 만드는 것이며, 그 출발은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다. 남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는 우리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귀’는 곧 ‘고귀하다’는 뜻이고, 영어로 풀이하면 ‘noble’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귀’만큼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학문을 닦음으로써, 어떤 사람은 예술이나 종교를 통해, 어떤 사람은 타인에게 많은 것을 베풂으로써 삶을 고양시킬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어떤 방법으로 모멸감을 극복하고 있을까?

글·박지현 기자 2014.04.14

 

 

단신
<금융으로 본 세계사>
천위루, 양천 지음 | 하진이 옮김
시그마북스 | 1만7,500원

금융학은 지리적 환경과 기술·종교·경제체제를 망라한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금융 사건에는 사회·경제·문화·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 책은 국가, 인물, 사건을 시대별로 나눠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언어로 금융사를 들려준다. 그리스, 로마,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클로비스, 찰스 1세, JP 모건, 소로스, 튤립 거품, 사우스시 거품, 서브프라임위기 등의 키워드를 일목요연하게 펼치면서 세계 경제의 흥망성쇠를 그려냈다.

 

<커넥톰, 뇌의 지도>
승현준 지음 | 신상규 옮김
김영사 | 2만3천원

1천억. 우리 몸 안의 신경세포 개수다. 인간 신경세포의 모든 연결구조와 활동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사상 초유의 프로젝트인 휴먼 커넥톰 연구의 모든 것을 다뤘다.

뇌와 의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흥미진진한 실험과 놀라운 발견이 이어진다. 의학적 발전을 뛰어넘어 미래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경이로운 도전의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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