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자나 깨나 불조심!”
‘불조심’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슬로건이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목일을 전후로 해서 연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식목일에는 연평균 18건, 평일의 6배에 이르는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통계치가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산불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니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바람이 강할수록 산불이 쉽게 번지는데, 고온건조한 날씨 탓에 최근 식목일 즈음의 산불 발생 횟수도 1990년대에 비해 52퍼센트나 급증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정부도 지난 1970년대부터 다양한 불조심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내무부(현 안전행정부)가 후원하고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주최한 ‘불조심 웅변대회’ 고지 광고(동아일보 1977년 10월 7일)를 보자. 헤드라인은 “제1회 전국 남·여학생(초·중·고) 불조심 웅변대회”다. 웅변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로 ‘범국민적으로 방화(防火) 의식을 고취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를 앞세우며 대회의 상세한 요강을 밝혔다. 그 웅변대회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방화 예방 의식을 고취시키고 불조심의 생활화를 촉구하여 화재 없는 복지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웅변 시간은 초등부가 5분, 중·고등부가 6분이었다. 웅변대회에 앞서 ‘원고 합격자 발표’를 먼저 한 것으로 보아, 예선에서 먼저 제출된 원고를 검토해 심사를 거친 다음 그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본선에 나갈 기회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은 전국 방방곡곡의 교정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여러분!” 하며 목청을 돋웠을 것이다.
1970년대는 ‘웅변대회의 시절’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의 웅변대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반공 웅변대회가 대표적이었지만 불조심 웅변대회도 단골 주제였다. 그 시절의 웅변대회가 학생들에게 획일적 사고를 주입시키기 위한 관제 기획 행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웅변대회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생생한 프레젠테이션 교육의 현장이다. 지금은 웅변대회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지역의 소방서 단위로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불조심 웅변대회를 개최하는 곳도 많다.
나무 심기도 중요하지만 심은 나무를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소방방재청 역시 한식날을 전후로 119소방헬기를 투입해 산불 예방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을 터.
그 무렵에는 불을 피우지 말고 찬밥을 먹어야 한다는 뜻에서 한식(寒食) 또는 냉절(冷節)이라고 날짜까지 못박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오히려 돋보인다. 기후 변화로 최근 30년 동안 봄철 기온은 평균 섭씨 0.6도 올랐지만 습도는 오히려 6퍼센트 낮아져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상황에서 담뱃불 같은 불씨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불조심 웅변대회는 입으로 하는 웅변이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웅변이 더 값진 웅변이 아니겠는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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