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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일상의 역사] 아직도 불량식품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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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들을 다시 가공해 유통기한을 1년 정도 늘리는 냉동식품 업체들의 문제점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있다.

허술한 유통기한 규정 때문에 제대로 단속도 못한다는데, 이런 부정불량식품이 우리 사회에서 추방될 날은 언제쯤일까?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정도 남은 냉동치킨 포장을 뜯고 기름에 튀겨 새 포장지에 넣은 뒤 유통기한을 다시 표시하면 끝. 새롭게 튀겨진 폐기 직전의 치킨은 완전히 새옷으로 갈아입고 출고를 기다린다. 이런 일이 스마트 시대에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니.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은 완제품의 제조일에서부터 계산되는데, 거기에 들어간 원재료 하나하나의 유통기한을 규제할 근거가 없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즉, 유통기한이 끝나기 직전의 치킨도 원재료로만 쓰이면 재가공해 얼마든지 다시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지난 1970년대부터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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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법무부의 공동광고인 ‘부정불량식품 캠페인1’ 편(동아일보 1976년 7월 13일)을 보자. “부정, 불량식품을 추방하자!”라는 헤드라인 아래 “유해식품 특별단속 실시에 즈음하여” 국민에게 드리는 담화문을 깨알 같은 문구로 전달하고 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식품 제조업자 여러분, 식품의 소비자인 국민 여러분, 무허가 불량식품 영업자 여러분’ 등 불량식품의 제조와 유통 및 소비에 관련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량식품을 추방하자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무허가 불량식품 영업자에게는 “비위생적인 무허가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것은 바로 살인 행위라 할 수 있으므로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세 부처에서 공동으로 낸 ‘부정불량식품 캠페인3’ 편(동아일보 1977년 7월 12일)에서도 처음 광고에서와 똑같은 헤드라인을 쓰고 있다. 정부에서 몇 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부정불량식품 퇴치 캠페인을 벌였음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첫번째 광고와 거의 유사한 내용과 구조를 유지하면서 광고문구 내용을 약간만 수정했을 뿐이다. 마무리 부분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해식품이 유통된다는 것은 문화국민의 수치”라고 지적하며, “국민이 무슨 식품이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사회 바탕이 이룩될 때까지” 정부의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1970년대에 벌써 일회성 광고가 아닌 장기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점이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장기 캠페인성 광고에서 고려해야 할 메시지의 반복가능성(repeatability)에 유념해 메시지의 큰 틀은 유지하되 내용의 일부만 슬쩍슬쩍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광고에서 벌써 ‘아직도’ 유해식품이 유통된다는 것은 문화국민의 수치라고 했는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해식품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으니 우리들에게는 느껴야 할 수치심이 바닥나지 않고 얼마나 남아 있을까? 부정불량식품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기관에서는 원재료에도 유통기한을 명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차제에 부정불량식품 추방을 위한 장기 캠페인을 전개했으면 싶다. 식품안전 문제는 100년 동안 계속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책PR 캠페인의 훌륭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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