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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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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자동차 사고를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만신창이로 찌그러진 차 속에 갇혀 운전자가 옴짝달싹 못하는 잔혹한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즉시 경찰과 119 구급차에 신고했지만 그 이후 발만 동동 구를 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보고만 있자니 정말 그런 고문이 없었다.

얄궂게도 얼마 후 나는 가해자가 됐다. 학교 일 때문에 밤 10시 넘어서 야근을 마치고 경기 일산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근 한달 가까이 계속되는 야근으로 몸은 피곤하고 몸살 기운까지 오면서 눈꺼풀은 막무가내로 감겼다. 자유로 구간을 무사히 통과해 인터체인지로 들어가는 순간 눈앞에 앞차의 뒤꽁무니가 크게 눈에 들어왔다.

할 수 없이 앞차를 향해 경적을 크게 울리면서 힘껏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앞차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앞차 뒤꽁무니를 박았다. 다행히 모두 인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견인차가 득달같이 달려왔고 이내 순찰차도 왔다. 차만 망가졌으니 보험 처리만 하면 됐지만 내가 가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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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자와 피해자, 무엇보다도 가해자가 되고 보니 견디기 어려웠다.

이후 운전하기가 두려워졌고 차를 버리기로 했다. 차를 버리고 나자 많은 자유를 얻었다. 큼직한 버스나 전철 안에서 마음놓고 꾸벅거렸고 때로는 목적지를 지나쳐 즐겁게 투덜거리며 돌아오기도 했다. 차를 가지고 다녔던 과거에서 벗어난 것이다. 환경 문제에 일조한다는 기쁨도 적지 않았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추우면 추운 대로, 비록 도시에 서지만 사계절의 기후를 모두 고스란히 누린다.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어본다. 나는 당연히 “불편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날은 1년 중 고작해야 열흘도 안 되는 듯싶다.

거꾸로 말해서 나머지 날들은 차가 없어서 편한 날들이다. 집이 있는 일산까지 택시를 가끔 타더라도 교통비가 한 달 기름값보다 훨씬 적다.

이렇게 기름값을 아껴 사회공헌을 위한 기부금으로 낼 정도로 사회에 좋은 일도 하게 됐다. 봉급 생활자이면서도 차를 포기한 만큼의 조그마한 자유와 여유가 생긴 것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살다 보면 누구라도 순식간에 방조자와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 어떤 처지일지라도 정도차만 있을 뿐 마음이 불편하고 몸이 고되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이러한 질곡에서 벗어나는 일은 외외로 간단했다. 욕망을 즉시 내려 놓기! 내가 원하는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찬찬히 찾아 보며 즐기기! 자동차 대신 무엇을 내려놓을까? 요즘 고민하는 즐거운 화두다.

글·허병두(숭문고 교사·책따세 공동대표)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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