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담뱃값을 파격적으로 인상한다고 정부가 발표하자 인상폭을 놓고 가는 곳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때 만약 ‘전매의 날’을 부활시키자고 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터. 지금은 사라졌지만 담배를 기념하자는 취지의 ‘전매의 날’은 국가에서 정한 엄연한 법정기념일이었다. 1968년 11월 21일, 재무부령 제552호로 제정된 ‘전매의 날’은 1969년 7월 1일에 첫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 후 해마다 계속되다 1989년에 폐지 논의가 시작되어 1990년부터 법정기념일에서 빠졌다.
정부(총무처)는 연중 33개에 이르던 각종 법정기념일이 너무 많다며 행정 간소화 차원에서 ‘금연의 날’을 1차 축소 정비 대상으로 꼽았다. 요즘처럼 국민건강 증진이나 금연운동의 차원에서 폐지한 게 아니라 행정간소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전매의 날’ 축하 광고를 살펴보자.

담배와 관련된 여러 회사들의 공동광고 ‘전매의 날’ 편(매일경제신문 1969년 7월 1일)을 보자. 1960년대 광고답지 않게 카피보다 비주얼을 강조했는데, 신탄진 담배를 한두 개비 꺼내 커다랗게 그린 지구본 쪽으로 권하고 있다. 그림을 거들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애용하는 신탄진”이라는 헤드라인을 썼다. 그림과 카피가 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한 배치다. 따로 보디카피를 쓰지 않고 오른쪽 상단에 ‘전매의 날’이라는 축하 표시를 하고, 지면의 아래쪽에는 대한휠타(필터)를 비롯한 담배제조와 관련된 10개 회사의 이름을 나열했다. 특별한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제1회 ‘전매의 날’을 애연가 모두가 축하하자는 카피를 쓸 법도 했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고 과감히 비주얼 위주로만 전달했다. 당시의 안목에서는 인상적인 표현이다.
담배 피우는 게 멋져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버스 안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담배 피우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시 애연가들은 “처칠은 애연가였지만 90세까지 장수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 담배 가격을 올리고 모든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전면 금연을 추진하며 금연 버스정류장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금연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2002년 담뱃값을 7.5달러(9천원)로 올린 결과 10년간 변함없던 흡연율이 11퍼센트나 감소했고 담배 소비량도 2.3퍼센트 감소했으며, 청소년 흡연율은 2001년에 비해 50퍼센트나 감소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담뱃값을 세 차례에 걸쳐 인상한 결과 흡연율이 14퍼센트 감소했고, 특히 여성과 젊은층의 흡연율은 18퍼센트나 감소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강제적인 방법으로 흡연율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투로 일방통행식의 메시지를 전달할 게 아니라 정책PR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 방법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게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가장 확실한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담배는 1900년대 초반에 ‘위생에 유익한 것’이나 ‘만병통치약’으로 상전 대접을 받다가 1960년대에는 ‘심심초’나 ‘마음의 자양분’ 지위에 올랐다. 1960~70년대에는 애연가의 기호에 맞춰 담배 공급에 힘쓰겠다는 내용의 정부 광고도 많았다. 가수 송창식은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노래로 은근히 담배를 예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어떻게든 담배라는 단어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매청은 한국담배인삼공사를 거쳐 KT&G로 이름을 바꿔왔다. 격세지감이다. 앞으로 담뱃값 인상안이 어떻게 처리되든 담배의 낙일(落日)은 멀지 않은 듯하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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