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검은 머리는 위장, 흰머리가 본색

1

 

“아얏, 왜 검은 머리를 뽑아. 잘 좀 보고 할 수 없니?”

“아냐, 언니. 잘 봐, 밑은 하얗잖아.”

“어~, 그러네….”

김 씨 자매는 올해 쉰 이쪽저쪽이다. 두 자매가 친정을 함께 찾을 때면 서로 돌아가며 흰머리를 뽑아주곤 한다. 두 사람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최근 들어 부쩍 흰머리 숫자가 늘고 있다. 흰머리를 뽑다 보면 흰머리에도 은근히 종류가 다양한 걸 느끼곤 한다. 뿌리 부근을 빼고 나머지는 검은 머리카락도 있고, 흰색과 검은색이 반복되는 올도 드물게 눈에 띈다.

똑같은 사람의 검은색 머리카락이라도 더 검거나 연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인종의 경계를 넘어서면 머리 색깔은 한층 더 다양해진다. 금색이 돋보이는 블론드가 있는가 하면, 동화 속 주인공인 ‘빨강머리 앤’처럼 적발도 있다. 물론 갈색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유럽인들 가운데는 드물지만 머리카락 색깔이 두 가지 이상인 예도 있다. 또 형제자매 사이에 머리카락 색깔이 전적으로 다른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인류의 머리카락 색깔은 몇 종류나 될까? 분류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20종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7종이니, 20여 종이니 하며 머리카락 색깔을 나누는 것은 겉보기에 따른 분류일 뿐이다. 본래의 머리카락 색깔은 딱 한 가지, 즉 흰색뿐이다.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 다 마찬가지이다. 늙으면 인종을 가리지 않고 머리카락은 희어지게 마련이다. 바로 이 흰색이 머리카락 고유의 색깔로 인류는 공통적으로 머리카락이 하얗다.

2

머리카락이 인종마다, 또 같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라도 올마다 농염이 조금씩 다른 것은 두피 등에 분포한 색소 탓이다. 그렇다면 색소는 얼마나 다양할까? 인류의 머리카락 색을 결정하는 색소는 기본적으로 딱 두 종류에 불과하다. 유멜라닌(eumelanin)과 페오멜라닌

(pheomelanin)이 바로 그들이다. 유멜라닌은 검은색과 갈색을 띠고, 페오멜라닌은 노란색과 오렌지색을 띤다. 이들의 피부 분포와 양이 머리카락 색깔을 정하는 것이다. 모든 인류는 이 두 종류의 색소를 다 같이 갖고 있다. 다만 인종에 따라 꽤 현저하게 색소의 분포나 양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흑발이 주류인 한국이나 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인들은 유멜라닌이 많다. 반면 금발이 비교적 흔한 북유럽 사람들은 페오멜라닌이 보다 광범위하게 피부에 분포한다. 원래 흰색인 머리카락이 모공을 지나면서 이들 색소의 영향으로 피부 밖에 나오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한데 유멜라닌이나 페오멜라닌을 물감에 비유하면, 이들 물감은 생애 전체를 통해 충분한 양이 유지될 수 없다. 대략 30~35세쯤 되면 물감 통이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흰머리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색소 물감 통은 백인들이 아시아인이나 흑인보다 대략 5년 이상 빨리 비워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늦게 색소가 바닥나는 인종은 흑인이다. 사실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은 원래 흰색인 머리카락 색깔만 바꿔놓는 게 아니다. 인종 또는 개개인의 피부색깔은 십중팔구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인종을 가리지 않고, 햇볕에 잘 타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흰머리가 돋보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띄는 것도 바로 피부색과 머리카락색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예다.

흰머리가 많아지는 장년기, 한올의 머리카락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반복되거나 밑둥치만 흰 현상은 두피 속의 잉크(색소)가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은 분명한 노화의 징조이다. 하지만 원래 머리카락이 백색임을 감안하면 한편으로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11.10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