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봄, 여름=녹색. 겨울=흰색. 그렇다면 가을은 무슨 색깔일까? 벼가 익어가는 들판의 누런색, 사과의 빨간색, 울긋불긋 단풍 색? 가을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색깔은 사뭇 다채로울 듯하다. 그러나 계절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깔은 '정해져' 있다. 파란색(혹은 하늘색)이다. 또 인종, 국적 불문하고 성인이라면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가을 하늘이 드높은 걸 감안하면 파란 하늘색이 유달리 아름답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렇다면 가을이든 아니든 왜 많은 사람들이 파란 하늘색을 좋아하는 걸까? 그 이유가 과학적으로 똑 부러지게 설명되는 건 아니다. 다만 심리과학자들의 추정으로는 파란색이 하늘, 그리고 물의 색깔로 흔히 인식되는 점과 파란색 선호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하늘(대기)과 물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어찌 보면 본능적으로 좋아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색깔이 파란 계통이다.

▷성인들은 파란색을 좋아하는 반면 어린이들은 녹색을 좋아한다.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의 가을 하늘.
대략 20세 이후 연령층에서 파란색은 압도적인 선호도를 자랑하지만, 이보다 어린 연령층에서는 절대적으로 우월한 정도는 아니다. 서구 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하 그룹에서는 녹색을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꼽는 경우가 30%로 파란색의 45%와 비교할 때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반면 50대와 60대는 절반 가까이가 파란색을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꼽았고 녹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몸과 마음이 한창 자라는 어린 나이에는 왜 녹색 혹은 연두 계통을 좋아하는 걸까? 역시 과학적으로 인과 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어린 나이는 성장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이다. 먹을 것의 바탕이 되는 식물들의 색깔은 녹색 계통이다. 녹색을 봤을 때 안도감이 든다든가 하는 점도 먹을거리를 찾는 본능이 유전자 속에 각인된 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요컨대 영양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17~18세 이하 시기에 먹을 것을 상징하는 녹색은 친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색깔 선호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 층이 두꺼워진다는 점이다. 예술 분야에서는 보라색이 귀족의 색, 혹은 점잖은 색 등으로 상징되는 예가 적지 않다. 나이에 어울리는 무게감 때문일까? 장년·노년층으로 갈수록 보라색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확실한 듯하다.
학자들은 색깔에 대한 선호는 본능과 환경 둘 다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권별로 좋아하는 색깔이 조금씩 다른 건 십중팔구는 생활환경이 다른 탓일 가능성이 있다. 건축이나 실내 장식, 자동차 색, 옷 색깔 등은 크게 유행을 타기도 하는데 이 역시 환경이 색 선호에 영향을 끼치는 방증이다.
계절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가을, 가을은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 풍요 가운데는 다양한 색채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의 정보 가운데 80%가량이 시각을 통해 받아들여진다는 연구도 있다. 돈 안 들이고 볼 수 있는 색깔은 사람의 마음에 이런저런 변화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 이 가을, 색깔을 차분하게 음미하며 좋아하는 색깔에 한번 흠뻑 빠져보는 것도 '남는' 장사일 듯하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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