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이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짧은 기간(1박 4일)의 방문이었다. 주요 목적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국 간의 상이한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북미 간 비핵화 방안이었다. 단계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북한은 미국의 ‘선 비핵화-후 보상’ 방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개인 담화를 통해 이미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괄 타결(all-in-one)이 바람직하지만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이 물리적인 여건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즉 기존의 일괄 타결 방식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제시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일괄 타결 방식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과 절충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주도권 싸움 시작
두 번째 이슈는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했다. 한국, 중국, 일본과 미국이 북한을 도와 아주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많은 자금을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한미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좁혀지지 않고 있는 입장 차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중 하나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개인 담화를 통해 제기한 미국의 CVID 요구였다. 소위 리비아 모델로 알려진 선 비핵화-후 보상 문제, 그리고 생화학무기 폐기 문제다. 선 비핵화-후 보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한 일괄 타결 방식 발언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미국 입장은 일괄 타결에 방점이 놓여 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짧은 기간 내에 폐기할 것이며, 북미 간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기반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체제보장 카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기존에 했던 대북 경제개발 투자에 대한 언급만 되풀이됐다. 이 같은 입장 차이에 대한 구체적 조율은 싱가포르 실무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계속 무도하게 나오면 회담 재고려를 지도부에 제기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구체적 입장을 조율하는 실무급 회담이 다가오면서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관련 북한의 태도를 보면 전략적인 측면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초 남북관계 진전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중국을 몸 달게 했으며, 결국 북중관계 회복을 이뤄냈다.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북미 회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며, 회담의 주요 의제와 관련해 미국을 상대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줄다리기에 돌입했다. 김계관 명의의 담화는 북미 간 주도권 싸움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보름 남짓 남은 북미정상회담까지 북미는 계속해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협상과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핵심은 비핵화 방안이다. 일괄 타결 대 단계적 비핵화로 압축되는 북미 양국의 비핵화 방안을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대북 경제지원 세세한 로드맵 만들어야
두 번째 관심사는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카드가 북한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미국은 북미관계 개선과 경제지원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 개선이 양국에 공관 설치를 하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보다 상세한 계획이 북한에 전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북투자 및 경제지원에 대한 세세한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진 후 과연 민간 기업들이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해법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관심사는 가장 민감한 부분인 북한의 CVID다.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는 검증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제사찰단은 북한 영토에 들어가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해 신고를 받게 된다. 미신고의심지역에 대한 사찰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북한은 모든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가능성이 큰데 북한 비핵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CVID 요구를 둘러싼 북미 간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부 엘리트층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판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핵화 과정이 진행될수록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내 엘리트층과의 간극은 점점 더 가시화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북미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임할 필요가 있다. 맥스선더 훈련이 종료되면 핫라인을 통해 남북 정상 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추후 남북관계와 북미대화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한중관계 개선 노력을 통해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시에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외교적 장을 만들어야 한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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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