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혹 손글씨를 많이 쓰시나요? 혹 자판기만 두드리느라 자기 글씨체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나요? 글씨체에 성격이 들어 있다는데, 글씨체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성격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길 하나를 잃어버린 걸까요, 아니면 성격도야의 중요한 측면을 상실한 걸까요?
멜라니아 트럼프가 이탈리아 로마의 한 어린이병원을 방문했나봅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방명록에 짤막한 메모를 남긴 것이 화제가 되었네요. ‘즐거웠어요! 늘 건강하고 긍정적이길! 많이 사랑해요, 멜라니아 트럼프.’
그녀의 글씨체를 보고 쉴러 커츠(Sheila Kurtz)라는 한 필적 전문가가 그녀의 성격을 분석했습니다. 알파벳에 들어가는 점(·)과 가로획이 정확히 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들어 그녀가 충실하고 직선적이며 자기 통제가 잘 되는 성격이랍니다. 반면에 남편 도널드 트럼프는 글자 하나하나가 작은 블록을 이루는 것이 어느 누구도 자신의 성 안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치 않는 독선적인 성격이라나요? 글씨체를 보고 분석하는 것인지, 드러난 성격을 보고 글씨체에 그 성격을 입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우리의 ‘유쾌한 정숙 씨’의 글씨체는 어떨까요? 5당 원내대표에게 정성스레 손글씨 편지를 썼다는 그녀의 글씨체는 확인할 필요도 없이 시원하고 따뜻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존재는 흔적을 남깁니다. 주로 만나는 사람들, 사람을 대하는 자세, 주로 다니는 장소, 좋아하는 것들, 많이 하는 것들 속에는 분명 그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흔적이 남습니다. 그 흔적은 글씨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열망이 큰 사람은 큼직큼직하게 글씨를 쓰고, 작은 글씨를 쓰는 사람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감정에 충실한 사람은 꼭꼭 눌러 쓰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볍게 날리듯이 글씨를 쓴다고 합니다. 글씨 간격이 촘촘한 사람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랍니다. 그렇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글씨체 가지고도 ‘나’를 분석하려 드니 어디 무서워서 손글씨를 쓰겠냐며 위축되는 사람은 소심한 사람일 겁니다.
나는 비교적 리포트를 많이 내주는 선생입니다. 리포트를 한 학기에 6번 이상 내지 않으면 제대로 성적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리포트를 받을 때 손글씨로 쓴 리포트만 받습니다. 학기 초에 나는 말합니다.
“저는 매주 리포트를 내줍니다. 그것은 다음 배울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아, 이번엔 나도 써봐야겠다’는 그런 주제를 만났다면 손글씨로 써오세요. 또박또박 쓰시기 바랍니다. 또박또박 쓰다보면 처음에 쓰던 방향과 달라집니다. 마음이 차분해져서 그렇습니다. 차분해진 마음이 상투적이지 않은 접근로를 알려주는 겁니다.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으면 다시 쓰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다 썼으면 소리 내서 낭독해보십시오. 그리고 ‘나’는 낭독하는 소리를 들으십시오. 세 번쯤 반복해서 낭독하다 보면 자기 소리에 치유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면 글을 쓰고 글씨를 쓰는 일이 행복해집니다. 낭독뿐 아니라 또박또박 쓰는 자기 글씨는 치유력이 있어요. 이런 일을 매주 해야 하니 바쁘고 할 일 많은 사람은 이 과목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글씨를 못 쓴다고 걱정하던 학생들도 학기 말이 되면 대부분 또박또박 쓰게 되고, 자기 글씨, 자기 글을 사랑하게 됩니다. 좋은 글은 자기 자신에 정직한 글이지 수사법적으로 화려한 글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배우게 되면서 말입니다.
이주향 | 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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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