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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통계청(2016)에 따르면 ‘자기 세대에서 경제사회적 계층을 상향할 수 있다’고 응답한 가구주 비율이 21.8%에 그쳤다. 이 비율은 22년 전에는 60.1%였다고 한다. 계층 상승이 어려운 사회에서는 계층 간 벽이 존재하고, 이는 사회통합의 핵심 장애요인으로 작동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 이동의 장벽은 생애주기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영유아기의 경우, 빈곤은 지능과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능은 높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점차 지능이 하락하는 반면, 지능은 낮지만 잘사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거꾸로 지능이 향상됐다. 가계소득이 낮으면 아동의 소질이 발견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아동의 인지역량 중 부모의 소득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영어 실력이다. 영어는 대학입시와 취직에서 중요한 결정요인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청소년기에는 부모 소득이 더 중요해진다. 상위 25% 소득계층 자녀의 상위권 대학진학률은 하위 25% 소득계층에 비해 거의 5배 정도 높다는 조사도 있었다. 사교육은 부모 소득이 힘을 발휘하는 통로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전형도 부모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대학진학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계층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다.

대학진학 후 저소득층 학생은 아르바이트(일명 알바)를 하느라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활 중 인턴이나 해외연수를 통해 스펙을 쌓는 것도 부모의 네트워크나 경제력이 없으면 쉽지 않다.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구직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은 학력, 자격증, 인턴 경력, 학점, 영어인데 이는 지금까지 장벽의 총결산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스펙을 기준으로 한다면 취업은 사회계층 이동의 핵심적 장벽이 될 것이다. ‘알바천국’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구직활동을 할 때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21.5%였다. 참고로 중소기업 임금은 20년 전 대기업의 85%였으나 지금은 62% 수준에 불과하다.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결혼은 소득 격차를 심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소득자의 결혼 확률은 저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소득 수준도 비슷한 배우자끼리 만난다. 독립 후 주거 형태는 부모의 경제적 역량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모로부터의 상속은 자산 불평등의 핵심이다. 자산과 연금은 은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득 수준이 낮으면 대체로 흡연율도 높고 건강이 좋지 않은 반면, 의료 지출 규모는 작은 경향이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의료비로 인해 극빈 상태로 떨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처럼 생애주기 동안 지속되는 수많은 계층 이동 장벽은 사회통합의 결정적 장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해소할 수 있을까.

다층적 해법이 필요하겠지만, 먼저 저소득층 가정의 유아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회의 균등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도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지원은 절실하다. 대학입시에서는 사교육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입시정책을 바꾸고, 대학의 장학금 지급 기준도 성적은 물론 가계소득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취업의 경우 스펙보다는 인성과 발전 가능성, 성실성과 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을 통해 성과를 내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다 같이 노력하고 양보하는 과정에서 계층 이동 장벽이 허물어지고, 사회통합도 조금씩 완성돼갈 것이다.

박진 |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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