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에 있었던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은 51.9%의 지지로 자국이 유럽연합(EU)을탈퇴해야 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결과로, 이후 며칠간 영국뿐 아니라 유럽, 그리고 전 세계 경제는 크게 출렁거렸다. 당연히 주식시장에서는 폭락장세가 이어졌고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금, 미 달러화, 그리고 엔화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반면 파운드화와 유로화, 그리고 개도국 통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며칠이 지난 지금 시장은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유럽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두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국민투표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 결과가 영국과 EU 경제에 주는 단기적 충격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안 자체가 유럽 통합의 방향을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증폭시켰으며, 향후 영국·EU 간 탈퇴 및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협상은 양측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영국과 세계 경제에 주는 영향은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있다. 먼저 금융 부문을 보자. 유로존에 속해 있지는 않았지만 영국은 그동안 런던을 중심으로 외환 거래와 헤지펀드 등 수많은 금융 서비스의 메카와도 같은 지위를 누려왔다. 단기적인 충격을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영국의 EU 탈퇴는 금융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런던의 특권적 지위를 약화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한때 유로화 표시상품의 청산거래소를 유로존에 두고자 했던 유로존 국가들은 영국의 탈퇴로 새로운 입법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청산거래소를 EU 내에 둘 것이다.

▶브렉시트가 영국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후 6월 24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6년 5월기준으로 영국계 자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스톡(주식)으로는 외국인 자금의 8.4%에 불과하고, 채권시장에서의 비중은 1.4%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외 거래량으로 볼 때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은 외국 자금 거래 중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거주자의 은행 대출에서 영국계 은행 자금의 비중도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하다. 따라서 영국 현지의 상황 변화에 따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지 항상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률 서비스, 회계 서비스 등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다른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도 EU 내에서 영국계 서비스 공급자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현재 완전히 통합돼 있지 않은 EU 역내 서비스시장이 향후 더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을 미뤄볼 때 잠재적 이익의 포기는 뼈아픈 부분이다.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2011년 7월 1일 발효돼 현재 5주년을 지난 한·EU FTA의 경우,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발효 5년 차에 완전히 개방되기 때문에 현재 영국계 서비스 공급자들은 한국 시장에서완전한 시장 개방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탈퇴 협상이 진전돼 2년 뒤 EU에서 영국이 완전히 나가게 된다면, 영국계 서비스 공급자는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EU FTA 서비스시장 개방의 가장 큰 수혜자인 영국의 입장에서는 실현될 잠재 이익을 눈앞에서 놓치게 된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EU시장 출입문’ 지위 상실 의미
한·EU FTA 재협상할 항목 꼼꼼히 준비 필요
실물 부문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됐어도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탈퇴 협상이 진행되는 2년 동안 영국은 EU의 일원으로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비롯해 무역특혜협정을 맺은 제3국에 대한 특혜적 시장 접근을 그대로 누리게 된다.
그러나 2년이 지나 기한 연장 없이 탈퇴가 이뤄진다면 영국은 가장 나쁜 경우 EU 및 EU가 특혜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53개 협정에서 나오게 되어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대우 지위로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영국의 대세계 시장접근을 50년 전으로 되돌리는 끔찍한 상황이다.
무역특혜 관계를 다시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원산지 누적 여부는 또 다른 중요한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영국은 EU와 원산지 누적을 해왔기 때문에, 한·EU FTA에서도 EU산 재화로 쉽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제 영국과 EU가 분리되면 원산지 상호 누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영국산 또는 EU산으로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만약 영국과 EU가 누적을 허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더라도 한국과 같은 제3국이 이를 무상으로 허용해줄 이유가 없다. 이것은 큰 특혜이기 때문이다. 투자 분야에서도 영국은 타격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역외국의 입장에서 영국은 EU시장으로 들어가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왔다. 이제 EU에서 영국이 나오게 되면 EU시장의 출입문으로서 영국의 지위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완전한 선진국으로 편입되어 세계 경제의 부정적인 충격이 오더라도 안전할 수 있도록 경제 선진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1인당 소득을 높이는 기본적인 사항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같은 제도적 노력도 있고, 원화 국제화를 가속화하며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의 다변화를 통해 소득계정을 큰 흑자로 유지해 외환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수요를 꾸준히 창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실물 부문에서도 준비할 것이 있다. 현재 한·EU FTA가 발효돼 있는 상황에서 EU 경제의 18%에 해당하는 영국의 탈퇴는 한·EU FTA의 기본 조건을 변화시키는 상당한 충격이다. 이것은 한·EU FTA 재협상, 또는 보상금을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원산지 누적과 관련해 영국과 EU 간 원산지 누적을 받는 대가로 동아시아에서 다른 나라와의 누적을 요구함으로써 양자간 FTA를 다자화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한편 한·EU FTA 5주년을 맞이하여 협정문 중에서 영국과 관련된 부분을 정리해 변화된 환경을 파악하고 서비스시장 개방 문제를 재논의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2008년 G20에서 우리는 교역장벽의 동결(standstill)을 주장했지만, 지난 몇 년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민에 대한 민감성의 증대, 각국의 고립주의적 극우정당의 발호,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인기 등은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반세계화의 흐름이다. 이번 브렉시트는 2008년 이후 지속돼온 반세계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세계화 시대에 개방과 경쟁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국제사회에서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더 기울여야 할 때이다.

글 ·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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