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실질성장률 목표 3.1%, 경상성장률 목표는 4.5%이다. 그동안 정부는 실질성장률 지표를 줄곧 활용해왔지만 새해부터는 경상성장률을 앞세우겠다는 뜻이다.
경상성장률이란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이다. 기획재정부는 저물가의 위협을 반영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과 구조개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2016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골자다.
이처럼 중요한 정책은 어떻게 해서 결정되는 것일까. 2016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됐다. 정부의 모든 정책에는 정책 결정의 뿌리가 있다. 경제관계장관회의 이전에는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있었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었던 이전의 경제장관간담회와는 달리 경제정책조정회의는 법령상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 우리나라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모습.
따라서 각 부처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마찰의 소지를 크게 줄이기도 했다. 첫 번째 경제정책조정회의는 2000년 7월 1일 정부과천청사 재정경제부 회의실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전망 및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였다. 한편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일환으로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명칭이 바뀐 적도 있다.
경제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부 정책은 1948년 공포된 정부조직법의 뿌리에서 자라난 줄기들이다.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공포된 같은 날에 행정부의 조직을 규정한 정부조직법이 법률 제1호로 제정·공포되었다. 이후 55차례의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후 정부 정책의 의사 결정 기구는 다양한 형태로 변모돼왔다.
경제정책조정회의는 2013년 개편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경제관계장관회의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회의에서는 재정·금융·세제 부문 중 금융 생활과 연관되는 사항,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부처의 주요 정책이나 중·장기 계획 중 재정 지출과 관련된 사항, 경제정책 관련 안건 중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한 사항 등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한다.
이 밖에도 중요한 정부 정책의 시행 여부는 국무총리실 소속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다. 이 규정(대통령령 제24500호)은 2013년 4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국가 중요 정책을 조정하고 사회 위험 및 갈등을 원활히 관리하기 위해 중앙행정기관 간 정부 정책에 대한 이견과 주요 국정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해 합의를 도출한다.
이에 앞서 2008년 7월 7일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설치됐다. 중앙행정기관 사이의 의견 충돌과 국정 현안을 협의하고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7월 24일 첫 회의가 열려 독도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예를 들어 주요 안건이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이라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이 회의에서는 주요 정책방향에 대해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사항, 범(汎)정부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한 과제, 대통령실이나 각 행정부처에서 조정을 요청한 현안 등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한다. 당면한 현안에 대해 관련 부처 장관이 내용을 보고한 다음, 참석자들끼리 활발한 토론을 거치게 된다.
경제 문제 해결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 먹고사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부에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신문에서는 '투자 계획과 경제성장률'이라는 사설을 썼다(동아일보, 1966. 7. 7).

▶ 1966년 정부에서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후 동아일보에서 '자립 도약의 몸부림'이라는 기획 시리즈물을 연재했다. 동아일보 1967년 1월 7일에 실린 시리즈 기사.
사설에서는 경제성장, 고용 증대, 수출 확대라는 경제정책의 실효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정책의 키워드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동아일보는 1967년 새해 아침부터 '자립 도약의 몸부림'이라는 기획 시리즈물을 연재했다. ①인구 증가와 경제 개발(1월 1일) ②공업화와 도시화(1월 4일) ③경제성장과 국민 생활(1월 7일) ④종합대책으로서의 인구문제(1월 12일)가 각 시리즈의 소제목이다.
정책의 기대 효과 널리 알려
정책에 대한 순응도 높이는 게 중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들여다보면 내수 진작을 위해 1분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대규모 할인 행사)'를 정례화하며, '규제프리존(Free Zone)'을 도입하고, 스타트업(Start Up : 창업 초기 기업)의 글로벌화를 시도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2015년 처음 실시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매년 11월 정례화하고 확대 실시하면 그만큼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로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관련 규제를 일시에 철폐하겠다는 규제프리존은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자체가 해당 산업과 관련한 규제 철폐를 요청하면 중앙정부가 나서 법 개정 등을 지원하겠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 스타트업 글로벌화 프로젝트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배출된 스타트업을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취지를 바탕으로 정부의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정책이란 하기로 결정한 것은 물론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렇게 결정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하기로 결정했다면 최대한 많은 지지 집단을 확보해야 한다.
수많은 이해관계자 집단이 있는데 어떻게 만인을 만족시키는 정부 정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하기로 결정한 정책의 기대 효과를 널리 알리고 소통하여 정책에 대한 순응도(Compliance)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경제를 '혼을 잃은 호랑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2016년 경제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돼 용맹스러운 호랑이처럼 혼이 살아 있는 한국 경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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