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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열심히 일한 당신, 새해에는 쉬세요!

'아침 귀가'란 말이 있다. 아침 귀가란 '첫째 철야 근무 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잠깐 집에 들르는 것, 둘째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 택시를 대기시킨 채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는 것, 셋째 금요일 밤샘 근무 뒤 토요일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일벌레 일본 관료사회를 표현한 구절이다. 가족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짠해온다.

 

해돋이

 

가족이란 '같이 사는데도 심야 연장근무가 많아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얼굴을 볼 수 있는 존재, 휴대전화로 꼬박꼬박 연락하거나 특별한 날 선물 챙기는 것은 잊지 않고, 사무실 책상의 작은 액자 안에 있는 사람' 정도로 그려진다. 이러한 표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일본의 공직사회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일본의 관료사회는 '메이지유신'으로 하루아침에 낭인이 된 사무라이 계급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이 고스란히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전이됐다. 자신을 철저히 희생하는 극단의 충성심은 세계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본의 관료사회에는 과로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최근 '과로사방지법'이라는 이색적인 법이 일본에서 제정됐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던 한 공무원 아들의 시 '나의 꿈'이 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의 꿈'에 등장한 아빠는 와카야마현의 공무원(당시 46세)이었다. 과중한 업무에 치인 그는 아들 마(マ-) 군이 유치원을 다니던 2003년 목숨을 끊었다. 매일 16시간 이상 일했던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서도 새벽 1시까지 일했다. 문서를 검토하던 중 그는 실수가 있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 '죽음으로 사과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버지를 잃은 뒤 초등학교에 진학한 마 군은 1학년 때 '나의 꿈'이란 시를 썼다. "나는 커서 박사가 돼 타임머신을 만들 거예요. 타임머신을 타고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날로 가서 말해줄래요. 아빠 출근하면 안 돼"라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아빠를 살리고 싶다는 시는 2012년 일본 국회에서 낭독돼 청중의 눈시울을 적셨다.

일본 관료사회의 안쓰러운 면을 고스란히 빼다 박은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의 공무원들도 지난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보통 한국인들도 마찬가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세계 정상급이다. 역대 정권마다 일벌레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외신이 분석한 한국인이 휴가를 꺼리게 되는 이유는 말하기가 부끄럽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적인 상황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무원 휴가 일수는 최대 23일이나 실제 사용일은 평균 6일에 그쳤다고 한다. 연전에 모 장관은 취임 후 휴가를 단 하루도 가지 못했다고 외신에 밝혀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한국의 공무원과 회사원들은 직장 상사가 휴가를 가면 같은 기간에 급히 가는 관례가 있어 자신만의 계획을 독자적으로 세우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정작 휴식과 충전보다는 급히 가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좋은 추억을 갖기보다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한 공무원은 지난 연말, 주말까지 합해 사나흘 고향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으나 눈치 보느라 가지 못했고 부모님도 당연히 그럴 것으로 생각해 놀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병신년에는 우리 사회가 좀 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열심히 일한 한국인이여, 휴식도 필요하다(Stop work and smell the rose)."

 

·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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