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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장관 취임사로 살펴본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방향 “정의·공정·일자리 중심… 약자 우선의 국정 펼친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화두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우리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 신임 장관들의 취임사를 통해 정부의 국정개혁 방향과 철학을 살펴봤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 구축”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 구현을 목표로 잃어버린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되찾겠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교육과 의료, 주거비 등 서민의 생계비 부담을 줄여 사회적 계층 이동이 가능한 사회로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론(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하는 등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6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와 양극화 심화로 인해 생겨난 많은 경제 문제가 구조적 위기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 구축’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의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부총리는 이를 위해 ‘사람 중심 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내놓았다. 여기에 경제·사회 전반의 보상체계를 바로 세우고 사회적 지대(혜택은 소수에게 몰아주고 비용은 다수에게 전가하는 현상)를 유발하는 관행과 제도를 재검토해 공정한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재벌 등 일부 기업에 매출과 이익이 편중돼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우리의 현실을 차근차근 바꿔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를 늘리고 양극화를 줄이며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성장이어야 한다. 이것이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4강 중심 외교 벗어나 다자외교 본격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기존 4강(미·중·일·러) 중심에서 벗어난 다자외교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국민 소통 외교’를 실현하겠다고도 했다. 강 장관은 지난 6월 19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간 외교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외교정책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려는 노력이 충분했는지 겸허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 소통 외교를 위해) 국민과 국회, 관계부처, 언론, 학계 등과 다양하게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 등을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강행하려다 ‘밀실외교’ 논란을 빚었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강 장관은 외교부가 주인의식을 갖고 전 세계로 외교 역량을 확장해줄 것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동북아에 편중된 우리 외교 지형을 다각화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실제로 강 장관은 임명 직후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전 총장 등과 전화로 협의하는 등 전임 외교부 장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 등 현안에 대해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신임 국무위원들과 얘기 중인 문재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신임 국무위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는 영혼 있는 공무원 돼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인 출신답게 외국의 명시를 인용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주문했다. 이전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오명을 쓴 문체부가 외압에 굴하지 않는 당당한 부처로 거듭나길 바라는 새 정부의 기대감이 그대로 배어 있다. 도 장관은 6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설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만일’을 인용했다.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시를 통해 도 장관이 문체부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부당한 지시와 간섭에 눈감지 않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돼 달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도 장관은 “문체부에서 일하는 여러분부터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돼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는 ‘부당한 지시 없는 공직사회 환경 구축’에 나선 새 정부의 국정기조와 맥이 닿아 있다. 또 ‘사랑에 대한 열정, 지식에 대한 탐구, 고통에 대한 연민이 인생을 끌고 온 힘이었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해 “고통에 대한 연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어려운 예술인·체육인들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약자와 소외 계층을 가장 먼저 배려하겠다는 새 정부의 철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시장 안정화에 나서겠다며 최근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인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새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김 장관은 6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직도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면서 “강남 4구에서 29세 이하 주택 거래가 두드러지게 늘었다. 편법 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더는 실수요자가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매년 17만호 공급과 도시재생 뉴딜 사업(매년 10조 원씩 투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확대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대기업 권력 오남용 막고 을의 눈물 닦아줘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위가 ‘을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기계적 중립성을 내세워 사실상 대기업 편에 섰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제부터라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 ‘공정한 사회’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새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 위원장은 6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공정위는 작은 흠결로도 공정성을 의심받고 신뢰를 잃는다”면서 “업무시간 이외에는 공정위 OB(퇴직자)나 로펌 변호사 등과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반드시 기록을 남기라”고 강조했다. 퇴직 공무원이 대기업에 들어가 현직 공무원에게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관예우’, ‘관피아’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은 또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것이며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대규모 기업 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과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집단국 신설과 과징금 규정 강화 등은 공정위의 노력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형사규율 강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민사규율 강화, 공정위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체계 구축 등은 국회와의 협치 없이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편 가르기나 반대 세력에 대한 정치적 배제 없이 여야를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의견 수렴을 통해 진정성 있는 해법을 찾으라는, 새 정부에 대한 ‘촛불 민심’을 받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류지영 |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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