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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추석은 곡식이 여물고 과실이 살지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절기다. 1년 농사를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는 때라 물적, 심적으로 여유롭다. 그래서인지 추석을 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나 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은 그 기원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기원보다는 추석이 오랜 연원을 가진 명절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추석과 관련된 대표적인 설은 <삼국사기> 제1권 ‘신라본기’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에 나오는 기록이다. 신라 유리왕 때 두 명의 왕녀를 중심으로 성 안의 아녀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7월 15일부터 장장 30일간 길쌈을 했다. 그 결과, 겨루기에서 진 쪽이 음식을 장만해 이긴 쪽에 대접을 했다. 이를 계기로 노래와 춤, 놀이를 즐기는 자리가 됐고, 오늘날의추석이 됐다는 설이다. 학계는 성 안의 여인들이한데 모여 길쌈을 한 시기를 주목하는데, 추석 이후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고자 함께 모여 의복을 장만한 것으로 해석한다.

추석이 추수의 기쁨을 나누고 즐기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이라는 설도 있다. 1년 농사의 결과물인 수확물을 사람들과 나누고 두레와 길쌈으로 겨울을 대비하는 가을 세시명절이라는 것이다.

세시명절은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농경의례로, 농사를 지었던 생활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사회가 점차 산업화·정보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세시명절을 대하는 태도나 시선이 달라졌지만, 추석은 가을 추수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명절로 꼽힌다.

절식(節食)에서도 추석의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역시 송편. 송편은 온달 모양의 동그란 떡에 소를 넣고 붙여 반달 모양으로 만드는데, 반달이 점점 커져 보름달이 되듯 모든 일이 잘되고 발전하라는 소망을 뜻한다. 이런 의미 때문인지조선 후기의 기록을 보면 궁중은 물론 민간에서도 송편을 빚어 먹었다고 한다.

왔다왔다 중달 왔다 / 8월 보름 중달 왔다 / 밝고 밝은 달빛 밑에 / 어머니와 우리 뉘는 / 달이야기 하여가며/ 예쁜 송편 맨긴단다 좋아좋아 나도 좋아 / 어서어서 날이 가서 / 내일 식전 얼른 오면 / 송편 그릇 훔켜안고 / 꿀종작이 줏어다가/ 꼭꼭꼭꼭 찍어 먹지

- 충남 대덕지역 민요, 임동권 <한국민요집>

이 민요에는 추석이 다가와 송편을 빚는 어머니와누이의 옆에 앉아 송편 먹기를 고대하는 소년의 심경이 담겼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추석이면 집집마다 송편을 빚고 이웃끼리 모여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다 보니 두런두런 모여 송편을 빚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송편은 사서 먹는 것에 익숙하고, 차례상에 올릴 음식도 배달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비록 추석 쇠는 풍경은 바뀌었지만, 민요 후반부 대목처럼 추석은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명절임이 분명하다.

좋은 일일수록 사람들과 나눌 때 의미가 있다. 명절도 그렇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 추석날 환하게 뜬 보름달을 보며 나와 가족, 이웃의 건강을 함께 염원하자.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자세에 달려 있다. 이번 추석은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유형동 

 

글· 유형동(한국민속학회 총무이사)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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