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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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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난 11월 20일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에서 38층 신축 아파트가 또 붕괴되었다고 보도했다. 5월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2동에서 23층 아파트가 붕괴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평양에서 건설 중이던 아파트가 부실공사로 또다시 무너졌다는 것이다. 꼭대기 층에 기중기를 설치해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던 도중 기중기가 넘어지면서 그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붕괴사고가 거의 전무한 우리 입장에서는 건설 기술력이 신통치 않은 딴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겠지만, 한때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울특별시의 공고 ‘와우아파트 붕괴’ 편(동아일보 1970년 4월 9일)을 보자. 사과문 형식을 띤 이 광고에는 머리 숙여 500만 서울시민에게 사과하는 서울시장의 죄송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8일 새벽 와우지구의 참사가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시민의 마음을 앗아간 데 대하여 본인은 가눌 수 없는 슬픔 속에서 거듭 거듭 사과를 드립니다. 그런 끔직스런 재화를 이 서울에서 발생케했다는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어떻게 이를 보상할까 하는 마음 절실합니다.” ‘거듭’을 두 번이나 강조한 데서 사과하는 사람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주민들은 와우시민아파트의 붕괴 원인에 대하여 “공사가 겨울철에 강행되어 날림을 면치 못했고 특히 축대와 건물과의 거리가 2미터밖에 안 되어 항상 붕괴의 위험이 있었다”고 증언했다(매일경제신문 1970년 4월 8일). 세상에는 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그때마다 사과하는 사람이 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5월 평양시 평천구역의 아파트 붕괴 당시 우리는 북한당국이 사고 닷새 만에 이 소식을 전격 공개하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이 주민들 앞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지켜보았다. 사과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 광고에 나타난 사과문에는 사과하는 사람의 절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어떻게 하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본인의 가슴은 꽉 차있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시작해 “피와 눈물이 어린 충정으로 사과를 올립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진정성의 정점을 찍는다. 저돌적인 업무 추진력 때문에 ‘불도저 시장’으로 불렸던 김현옥 전 서울시장은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교육계에 투신해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언제나 재난안전에 관한 사건이나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아파트 붕괴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사고 발생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이미 사고가 일어난 이상 책임자는 사과를 하게 마련인데 이때 사과하는 형식이나 내용, 그리고 시점을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사과하는 사람의 자세와 태도를 세심한 촉수로 느끼기 때문이다. 사과하고 나서 오히려 더 욕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사과문 광고는 진정한 사과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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