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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평생 태권도 도복을 입고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던 내가 지금은 청원경찰 제복을 입고 경북 영주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이제는 옷이 제법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을 때도 가끔은 있다.

어려서부터 태권도의 매력에 빠진 나는 태권도에 인생을 걸기로 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발차기를 수백 수천 번씩 하고 밤늦도록 도복 끈을 단단히 졸라매면서 운동에 매달렸다. 눈을 떴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오직 태권도 생각뿐이었다.

학창 시절엔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각종 대회에 출전하면서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오랫동안 고민도 하고 방황도 했다. 그렇다고 태권도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태권도 체육관을 차리고 후진 양성에 나섰다. 처음 체육관을 차렸을 때는 잘나갔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체육관에는 함성 소리가 높았고 활기가 넘쳤다. 안동과 영주에서 30여 년간 후진 양성 외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태권도 공인 8단의 명예도 따라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빨랐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후배 관장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체력도 예전만 못했다. 체육관 폐업과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늦둥이 아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부담과 남은 인생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영주시청에서 청원경찰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56세라는 나이가 걸렸다. 그동안 청원경찰 응시연령은 18세에서 50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개혁으로 2014년 3월 청원경찰 임용연령이 폐지돼 50세 이상 취업 기회가 확대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해 영주시청 청원경찰 공모에 응시해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 생전 처음 월급도 받았다. 큰돈은 아니지만 50대 중반에 받는 보람이 담긴 월급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사람들은 청원경찰 하면 경비구역 안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 은행에서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청원경찰은 국가기관과 공공단체, 국내 주재 외국 기관 등 많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청원경찰은 청원주(請願主 : 청원경찰의 배치 결정을 받은 자)와 청원경찰이 배치된 기관과 시설 또는 사업장 등의 구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아, 경비구역 안에 한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경찰관 직무를 수행한다.

영주시청에서 청원경찰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동안 태권도밖에 몰랐던 나는 행정기관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비록 어깨너머 모습이지만 밖에서 막연히 보았던 행정 현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쉽지만 이 일도 60세까지만 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히 고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막내아들의 교육비 걱정을 덜 수 있어 한숨 돌리게 됐다. 중년에 찾은 일자리는 인생 2막과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일종의 징검다리 구실을 한다.

사실 규제개혁은 남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규제개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규제개혁은 돈 안 드는 투자라고 말한다. 불합리한 규제가 개혁돼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돼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규제개혁

· 김진봉 (영주시청 자치행정과 청원경찰)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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