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일러스트 ⓒ조선DB 이철원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반칠환의 ‘새해 첫 기적’ 전문
새해의 첫 기적이라고 한다. 로또나 아파트 분양권 당첨 같은 요행수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자리를, 시인은 기꺼이 기적이라고 한다. 날개가 있는 황새는 날아서, 다리가 빠른 말은 뛰어서, 다리가 아예 없는 달팽이는 기어서, 짧고 뚱뚱해서 몸이 느린 굼벵이는 굴러서 왔단다. 설마 달팽이나 굼벵이가 황새나 말만큼 빠를까. 처음부터 말도 되지 않는 시합 같았겠지만, 황새나 말은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행여 망신을 당할까봐 시원한 그늘에서 쉬지도 않고 한눈도 팔지 않고 왔을 테고, 황새나 말에 비해 빠르기가 형편없는 달팽이나 굼벵이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난 1년을 꼬박 기고 굴러서 왔을 게다. 그리고 팔다리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바위도, 혹시나 비바람에 꿈틀거려 자리에서 물려날까봐 1년 내내 힘주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다.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삶의 온전한 행복은 비슷한 자리에 놓여 있다. 누구는 굴러서, 누구는 기어서, 누구는 뛰고, 누구는 날아서, 아니면 누구는 버텨서 그 자리에 도착할 것이다. 오늘도 새해의 첫 기적, 하루의 첫 기적을 만드는 당신을 응원한다.
글│김병호 협성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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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