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며칠 후면 새해가 시작된다. 회사원 남편은 남편대로, 주부인 나는 나대로, 중학생 아들 둘은 아이들대로 각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한 해가 저무는 아쉬움을 그렇게나마 달래려는 것이다. 비단 우리 가족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전 국민이 ‘멀어져가는 올해’와 잘 헤어지기 위해 애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이 시기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송년회인 것처럼 말이다.
지난 주말 저녁, 남편과 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대화의 주제는 연말답게 ‘다음 주에 있을 부부 동반 송년회’와 ‘연말 1박 2일 가족 여행’이었다.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TV 화면에 나온 오디션 참가자를 본 나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분명 이전 방송에서 심사위원으로부터 ‘춤을 출 몸 상태가 아니다. 준비가 안 돼 있다’는 혹평을 들었는데,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진 모습과 뛰어난 춤 실력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았다. 식단 조절로 열흘 만에 체중을 감량하고 차세대 스타에 한발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참가자도 지난주에 지적받은 버릇을 완벽하게 고쳐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이 "어떻게 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될 때까지 해요."
시간이 흐르자 그들을 향한 기특한 마음 저 아래에서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었다. 연초에 세운 굵직한 계획 중 성공했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마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데, 40대인 나는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 꼴이다.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던 ‘체중 5kg 감량, 주말 가족 산행, 책 내기’는 그대로 내년 계획에 포함시켜야 할 처지다.
해마다 연말연시만 되면 아쉬움과 설렘으로 허공에 붕 떠 있는 듯한 기분으로 지내곤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내일의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뿐 아니라 집배원, 버스기사, 경찰관 등 많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다.
나도 새해는 다르게 보내려 한다. 차분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2016년을 되돌아보고, 2017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그리고 요령 피우지 않고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꿈꾸는 무엇인가가 이뤄지는 작은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2017년을 맞이하고 싶다.
글· 김영미(주부)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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