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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단군신화에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웅을 찾아온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환웅은 그 곰과 호랑이에게,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신이 주는 신령한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다. 호랑이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왔고, 곰은 그 시간을 견뎌 삼칠일 만에 사람이 되어 후에 단군의 어머니가 되었다.

신지영

단군신화를 다시 읽으며 단군신화 속 곰과 호랑이는 어쩌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우리의 두 가지 모습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멋진 존재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우리 중 일부만 곰처럼 거듭나기에 성공하고 대부분은 호랑이처럼 실패하는 것이 사실이다.

변화가 어려운 것은 변화를 위해 견뎌야 하는 시간의 무게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참고 견뎌야만 한다. 그런데 종종 우리는 어리석게도 변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인 양 조급해한다. 섣불리 실망하고 성급히 좌절한다.

그렇다면 호랑이가 견디지 못한 그 시간의 무게를 곰은 어떻게 참고 견딜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믿음’에 있었다. 신화 속의 곰에게는 호랑이에게 없었던 세 가지 굳건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세 가지 믿음이란 첫째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믿음, 둘째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의 가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셋째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풀이된다.

우선 곰은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환웅의 말을 믿었다. 반면에 호랑이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환웅이 제시한 방법을 의심스러워했을 것이다. 어떻게 쑥과 마늘을 먹고 햇빛을 100일간 안 본다고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급기야 동굴을 뛰쳐나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 곰은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의 가치에 대해 굳은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사람이 되는 것이 진심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시간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호랑이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과연 가치 있는 것일까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애초부터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했던 것은 스스로 원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맹목적으로 따라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곰은 스스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 내내 자신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다지고 또 다졌을 것이다.

새해 아침, 다시 단군신화를 읽으면서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를 더 들을 수 있었다. 거듭나기는 시간의 무게를 견뎌야 가능하며, 그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힘은 믿음에서 나온다는 이야기 말이다.

 

 

글 · 신지영 2015.1.5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석사·박사 수료, 영국 런던대학교 언어학 박사,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대검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 주요 저서로 <한국어의 말소리> <말소리의 이해> <열려라, 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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