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고유환 교수에게 듣다 “신중한 4강 외교로 북한의 도발 막는 게 시급”
새 정부는 ‘강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룩하기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대화와 제재를 비롯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4강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5월 24일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고유환 동국대 교수를 만나 새 정부가 당면한 외교안보 과제와 해법을 들어봤다.
“북핵이 인계점에 도달했다. 새 정부에 마지막 기회가 있다.”
고유환 교수는 새 정부 5년을 북핵 문제 해결의 마지막 시기라고 분석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고도로 정밀화·다종화된 ‘북핵’이란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대화와 제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면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단, 한국의 독자적 해결보다는 국제사회와 주변 4국과의 공조 강화에 따른 해결에 무게를 뒀다.
고 교수는 “관련 국가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 주도적·창의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이러한 흐름을 무시하고 드라마틱한 남북관계 개선을 전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압박 효과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바로 취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면서 새 정부가 과감한 외교안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홀로 앞서가거나 독자적 행동을 하면 다른 국가의 협조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과 끊긴 접촉 채널을 하나둘 열어가며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6자 틀 안에서 다자회담 가능성 높여야”
물론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완성 단계를 향해 질주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유환 교수는 희망적인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한·미·중이 북핵 불용원칙에 확고히 동의한다는 점, 둘째, 북핵이 인계점에 도달한 만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 셋째, 북한 붕괴론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미·중 세 국가가 공조하는 흐름을 좋은 조짐으로 바라봤다.
고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을 악화하는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는 것”이라며 “북한이 6차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해오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는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제재의 느슨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고 교수는 “대화가 꼭 반(反)제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해결 가능한 부분은 대화로 타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남갈등’을 경계했다. 20년간 진영논리를 중심으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사이 북한 핵·미사일이 인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고 교수는 “미국을 위협할 만한 ICBM이 완성되는 기간을 1~3년 정도로 본다”며 “이 기간이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진영논리로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국가 이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6자회담이 아직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6자회담은 2003년 8월 북핵 해결을 위해 시작돼 총 여섯 차례 개최됐지만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그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6자회담 틀 안에서 4자, 3자, 양자회담 가능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도 한·중·일 3국 협력을 강화하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다자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과의 협력이 중요시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중·일·러와 민감한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어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많은 숙제를 안고 출범했다”고 말하는 그는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드 배치 관련 문제로 한국 외교 입장이 모호해진 상황이지만 주변국들은 초반 포석을 하나씩 깔아두었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4NO(체제 붕괴·정권 교체·인위적 통일·38선 진격을 하지 않음)’를 공언했고, 중국은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석탄 수입을 잠정 중단한 점을 들었다. 이 가운데 유일한 패였던 ‘개성공단’ 카드를 잃은 한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대화 팀을 만들어 상황 관리에 돌입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역시 대화를 강조한 대응 방안이다.
새 정부의 인사 단행에도 대화를 중시하는 변화의 기류가 엿보인다. 기존 군 출신 인사들을 외교안보 라인에 전면 배치한 것과 달리 외교적 역량을 가진 전문가를 기용하는 점이다. 고 교수는 “기존 정부가 하드파워 외교안보 능력을 중시했다면, 새 정부는 경제·문화를 포함하는 스마트파워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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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 ‘입구 전략’ 관점에서 단계별 조치 검토해야”
고 교수는 “북핵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 정부의 북핵 해결을 ‘입구 전략’ 관점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장 바람직한 것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조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로 ‘전략적 지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새 정부는 ‘입구 전략’에서 핵 동결을 중간 목표로 설정하고 단계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핵 개발 완성 단계에서 폐기를 시행한 국가들의 선례가 있는 만큼 북핵 문제도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현재 남북관계는 사실상 제로 상태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기점으로 남북의 모든 접점이 끊겼다. 새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단체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재 10여 개의 단체가 대북 접촉을 신청했다. 고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이지만 새 정부에서는 다양한 대북정책을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핵과 분리해서 인도적 지원, 민간 차원의 사회문화 교류는 재개해야 한다”면서 “남북 간 연락통신망, 판문점 핫라인 등 접촉 채널부터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5월 23일 통일부도 이와 관련해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는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교류 재개를 시작으로 경제협력 등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공약을 통해서도 ‘한반도 신경제지도’‘남북 시장 통합’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지만 고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그 전에 “북한과의 다양한 채널을 복원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서로의 의지를 확인한 후 특사를 파견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가령 6·15를 기점으로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어디든 가겠다”고 발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후 행보가 더 주목된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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