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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청년수당 현금 지급은 ‘독이 든 사과’

‘고식지계(姑息之計)’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당장 편한 것만 생각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식지계의 유래를 살펴보면, 공자의 제자이기도 한 증자(曾子)가 "군자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덕으로, 소인이 사람을 사랑할 때는 고식(姑息)으로 한다"고 말했는데, 그뜻은 군자는 덕으로 (사람을) 사랑하므로 오래가고, 소인은 눈앞의 이익을 두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최근 청년수당을 검토하면서 이 사자성어가 계속 머릿속을맴돌았다.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해 사업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관계, 전달체계 및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고전문가 의견 수렴, 관계부서 의견 조회 등을 거쳐 결과를 도출한다. 협의 결과는 해당 기관에 통보하고, 사회보장위원회에 보고하며, 만약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법 제26조 제3항에 따라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한다.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도는 중앙과 지자체의 신설·변경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국가 전체적인 틀 안에서 중앙과 지방 간 조화로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합의와 조정 절차 거치지 않은 청년수당 지급은 무효
현금 지급 방식은 복지의존도만 심화시킬 뿐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청년수당의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원금의 사용처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분별한 현금 지급에 불과하다는 점,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주관적이라는 점 등 핵심적인사항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아 최종 ‘부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다. 이는 서울시가 법이 정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서 법치주의 행정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자치법 제169조에 의거해 시정명령과 취소처분을 하게 되었고, 청년수당 지급은 무효가 되었다.

청년의 삶은 힘들다. 필자도 청년 시기를 겪었기에 그 고민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일자리,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시행착오도 많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 시기는 미래를 꿈꾸고 도전하는 시기이기에 가장 빛나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청년의 고민을 알기에 정부는 청년들이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올해의 경우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직접일자리, 직업능력 개발, 고용 서비스, 창업 지원 등에 약 2조1000억 원을 투입해 청년고용 촉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내일배움카드제 같은 직업훈련 지원, 청년내일채움공제(중소기업 근속 근로자 자산 형성 지원), 취업성공패키지가 대표적인 제도이다. 특히 취업성공패키지는 개인별로 진단해 직업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지원해주고, 거기에 맞는 일자리도 찾아준다. 그 취업률은 2015년기준으로 80%에 달한다.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극적 구직 활동이나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참여를 전제로 지원하는 것이 ‘일을 통한 복지, 청년의 미래를 위한 복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모델로 삼은 유럽연합(EU)의청년보장(Youth Guarantee) 정책도 양질의 교육, 직업훈련, 고용 기회를 제공해 청년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거나 청년 채용을 촉진하는 게 중점인데, 서울시는 이를 왜곡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2013년 청년실천계획(Action Plan for Youth)을 채택해 적절한 소득 지원과 구직 활동 및 훈련 참여를 엄격하게 연계하는 상호의무원칙(Mutual Obligation)을 권고하고있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폐지 줍는 어르신, 장애인, 한부모가족 등 더 어렵고 더 절박한 분들이 많다. 젊고 일할 능력이 있는 청년들은 빨리 일자리를 얻어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다.

청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취업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활동까지 지원하고자 하나, 일부 선택된 청년들에게 몇 달 현금을 지급하는 식의 지원은 복지의존도만 심화시킬 뿐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이 될 리 만무하다. 일회성 현금 지원은 ‘독이 든 사과’에 불과하다. 청년에게는 작은 물고기로 배고픔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특히, 청년수당을 어디에 쓰든 관계없다는 것은 결국 상품권 깡이 가능했던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마찬가지로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환심을 사려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유사한 제도 전국으로 확산되면 수조 원 필요
더 많은 국민이 혜택 누리는 것이 복지정책의 지향점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서울시처럼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는 90억 원을 시험 삼아 써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지자체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시에만 50만 명의 니트족(NEET·일을 안 하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청년)이있다고 하는데, 이들이 3000명의 선발된 청년을 보며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이고, 나아가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대다수 지자체 청년들이 느낄 박탈감도문제이다.

만약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가 빚을 내어 청년수당과 같은 무분별한 현금 지급에 나서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 니트족 50만 명에게 현재의 청년수당 수준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때, 단순계산을 해도 1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

유사한 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필요한 재정은 수조 원에 달한다. 효과도 알 수 없는 현금 지급 사업으로 지방재정이 파탄 나는 것이다. 청년수당이 확산되어 계층 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은 사회 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청년수당으로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집행도 이상했다. 현장 실태조사도 없이 지원자들이 낸서류만 보고 수당을 지급했다. 처음에는 수당을 클린카드나 체크카드로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한다더니 청년단체들이 반대하자 결국 계좌 입금이라는 가장 편리한 방식을 선택해 기습적으로 집행했다. 그러다 보니 지원 자격이 되지 않는 청년이 수당을 수령하는 부적정 수급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졸속행정의 전형이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청년수당에 대해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의 ‘협의’의 의미는 단순히 양자 간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 아니다. ‘합의’이고 ‘동의’이다. 그리고 만약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을 통해 반드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즉 서울시의청년수당 강행은 사회보장기본법상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 의무와 조정 절차 이행 의무를 모두 위반한 것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남은 조정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기 바란다.

지자체의 재원이든, 중앙정부의 재원이든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그래서 아껴야 하고, 꼭 필요한 곳에 잘 써야 한다. 한번 만들어진 잘못된 정책은 되돌리기 어렵다. 혜택을 부여하는 복지정책은 기존 수혜자의반대로 바로잡기 더욱 어려운 데다 혜택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비슷한 형편인 사람들의 요구 때문에 확산되기 쉽다.

둑에 난 작은 구멍이 점점 커져 둑이 무너진다. 작은 구멍도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아낀 재원으로 더 많은 국민이 더나은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 이것이 ‘국민이 행복한 나라’의 복지정책의 목표이며 지향점이다.

 

강완구

 

·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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