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이례적 집단탈북 북한 내부 균열 대비해야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 유경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한꺼번에 탈북해 4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30대 남성 지배인 1명과 20대 여성 종업원 12명이다. 이번 집단탈북 사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한 근무지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이 함께 탈출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로 송출된 근로자 집단에 보위부 요원을 파견해 2중, 3중의 감시망을 통해 근로자들을 감시한다. 근로자 간 상호 감시기구도 늘 작동하고 있다. 이번 집단탈북 사건은 이런 상호 감시와 2중, 3중의 감시망이 구축돼 행동이 통제된 상태에서 '집단탈출'이 이뤄졌고, 20대의 직장 동료가 함께 행동하면서 탈북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대부분 외부의 유혹을 받지 않을 만큼 자제력을 갖춘 평양의 핵심계층이라는 점에서 집단탈출은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특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가 발표된 직후 발생한 첫 '집단탈북'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25개국에 130여 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이 중 중국에는 100여 곳에 약 3000명의 근로자들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핵심계층 탈북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귀순에 이어 외교관 가족과 군 고위장교 등의 탈북이 잇따르며 정부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 강도 높은 대북 제재 본격화 이후
북한의 해외 식당은 공황 상태

북한이 해외 식당을 통한 외화벌이에 적극 나서면서 식당 수와 종업원 수도 증가해왔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 해외의 북한 식당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대북 제재 여파로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식당이 적자로 전환되자 통치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런 적자 상태에서도 평양으로의 '통치자금 송금'은 가장 중요한 최우선의 목표다.

더구나 5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평양으로의 '통치자금 송금'은 어떤 고려도 허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해외 북한 식당에 대해 예정된 통치자금을 조기에 납부할 것을 채근하고 미납할 경우 조기 귀국 카드로 식당 지배인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적자 보전과 통치자금 조달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노점에서 김밥을 팔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선택한 궁여지책은 통치자금 송금 목표액 부족 때문에 행여 북한으로 송환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려는 몸부림임이 분명하다.

한편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북한의 당, 정, 군 핵심간부 130여 명이 숙청됐고, 최근 2년간 간부 20여 명이 한국으로 귀순했다. 귀순한 20여 명 중에는 북한의 대남공작 핵심부서인 정찰총국의 대남공작관도 포함돼 있다. 대남공작관은 인민군 대좌(한국군의 준장과 대령 사이 계급)로 대남공작원들을 관리하는 핵심직위이며, 북한군 탈북자 중 최고위급 인사다. 이처럼 핵심간부의 숙청과 탈북은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김정일 시대의 북한 엘리트 껴안기와 달리 핵심계층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엘리트층의 동요가 북한 내부의 균열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비가 요구된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중 접경지역에서 감시 활동이 강화되면서 탈북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분기 탈북자는 291명이었으나 올해 들어 342명으로 증가했다. 탈북자 수의 증가 추세는 대북 제재의 효과, 북한 내 기상이변에 따른 식량 수확량 감소, 기아 사태의 발생 등의 요인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국외 집단탈출 사건과 핵심간부 귀순의 의미는 '겉으로는 지도자에 대해 경애를 표시하지만 실제로는 허구'이며, 북한이 인간지옥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식당 종업원의 집단탈출은 변덕스러운 김정은 곁에서 앉아서 죽기보다는 암흑을 박차고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핵심계층 탈북 가속화
북한 주민에게 체제 비정상성 계속 알려야

특히 중국의 누리꾼들은 중국 정부의 전향적 태도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북한은 식당 종업원이 한국에 입국한 사실에 대해 전대미문의 유인납치 행위로 공화국에 대한 중대도발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들의 집단탈북과 입국에 대해 '공작'이니 '북풍 조작용'으로 매도하면서 집단탈북과 엘리트 계층의 귀순의 의미를 흐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탈북자가 발생하는 근원은 북한 체제의 비정상성 때문이다. 북한 체제는 오직 백두혈통의 3대 세습을 위해 작동하고 북한 주민을 위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목숨을 건 탈북이 지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접근권을 확대하는 전략을 마련해 북한 체제의 비정상성을 알려줘야만 한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이 벌어서 북한으로 보내는 '충성자금'이 북한 주민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3대 세습의 통치자금으로 탕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북한이 '충성자금'의 명목으로 종업원들의 노동의 대가를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도 북한 주민들이 알게 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강도 높게 상당 기간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내 북한 식당도 예외일 수 없다. 대북 제재가 없던 지난해에도 베이징의 북한 식당 한 곳이 문을 닫았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영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 뻔하다.

해외의 북한 식당이 '평양 정권의 돈줄 역할과 돈 세탁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 식당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종업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외부 세계의 정보에 밝은 20, 30대의 집단탈북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때 대한민국은 공개적, 비공개적 활동을 통해 이들의 선택을 도와줘야 한다.

물론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고 이들을 보호할 제반 대책과 외교적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탈북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조영기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조영기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2016.04.18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