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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예술가의 창작행위는 노동인가? 예술인가?’ 꽤 까다로운 질문 아닌가. 프랑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철학 문제다. 가난한 청년 화가가 그림을 팔아 라면을 샀다면 붓을 놀리는 행위는 노동 쪽에 가까웠으리라. 그가 라면을 끓여 먹고 원기를 얻어 빈민촌 담벼락에 무료로 벽화를 그려준다면 예술행위에 가깝지 않으랴.

‘영화는 상업성 제품인가? 예술품인가?’ 영화를 볼 때마다 이런 의문이 생긴다. <007 시리즈>처럼 흥미 위주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전자에 가까울 것이고, 예술성에 초점을 둔 인디 영화는 후자에 속하리라. 물론 양자가 결합돼 흥행에도 성공하고 영화사에 불후의 명작으로 남는 <닥터 지바고> 같은 영화도 있다.

더테너

얼마 전 비운의 천재 성악가 배재철의 삶과 예술을 영화로 만든 <더 테너>라는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현행 영화 배급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한 달여가 지난 후에 인터넷으로 상영관을 검색했다. 서울 시내에 단 1곳, 어느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테너 배재철은 타고난 천재성에다 각고의 노력으로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해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한다. 일본 무대에도 데뷔해 큰 호응을 얻다가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다. 성대가 크게 손상되어 노래는커녕 말도 못 하게 된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일본인 공연기획자 사와다 코지가 손을 내민다. 그는 일본 성대 수술 명의를 찾아가 배재철의 성대를 복원해달라고 통사정한다. 의사는 배재철을 위한 맞춤형 수술 방법을 고안해 집도한다. 마침내 성대 일부가 복원돼 배재철은 다시 무대에 선다. 과거처럼 화려한 목소리는 아니더라도 영혼을 울리는 진정성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주연 역으로 나온 배우 유지태의 열정적인 연기와 직접 부른 몇몇 노래 솜씨, 부인 역으로 나온 차예련의 우아하고 절제된 연기, 유럽과 일본 극장의 화려한 무대, 배재철과 사와다의 국경을 초월한 진한 우정 등을 그려낸 이 영화는 가히 예술영화의 정수였다. 혼자 보기엔 너무도 아까운 명화! 그러나 설 대목을 노린 블록버스터 영화 때문인지 개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두리 소극장으로 밀려나고 말았단다. <더 테너>는 개봉 초부터 아침이나 심야에 상영시간이 배정되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개 훔치는

 

이 영화에 이어 상영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영화도 내친 김에 봤다. 김성호 감독의 작품으로 아빠가 사라진 어느 가족이 소형 트럭에서 살면서 겪는 신산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렸다. 저예산 영화이지만 예술성은 고단위였다. 주인공으로 나온 아역배우 이레의 깜찍한 연기와 김혜자, 최민수 등 노련한 배우들의 열연이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이들 영화 2편에 대해 일부 영화인들이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공익성 캠페인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보는 대중용 영화뿐 아니라 고품격 예술영화도 쉽게 볼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싶다. 예술영화를 특별히 우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을 배정할 때 심술부리듯 홀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락영화는 더운 밥, 예술영화는 찬밥 신세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외로운 예술가 김상만 감독과 김성호 감독, 힘내시라!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 더테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 고승철 (소설가) 20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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