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통적인 가부장제 아래 여성은 교육에서 소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한되었다. 탁월한 지식과 노력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갖춘 일부 여성들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웠다. 일을 하더라도 단순 반복 업무만 수행하도록 역할이 한정됐다. 이러한 시대가 언제 있었는지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고등교육 기회가 확대되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고 더불어 사회 진출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을 대상으로 대기업 공개채용을 실시한 지 불과 20여 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들에서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여성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각종 고시에서 여성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영민 ·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
일하는 여성 1000만 명 시대가 왔다. 최근 수년 동안 대학 진학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으며, 대졸자의 초기 취업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현상만을 두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성 평등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오히려 일시적인 착시현상과 비가시적이고 차별적인 제도들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노동 현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런 여성들은 가사노동과 함께 때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계상황에도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성공적으로 취업을 한 여성들도 결혼과 출산으로 노동시장에서 일시 퇴장하고, 육아기를 거치면서 경력이 완전히 단절되는 극단적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50% 수준이 말하는 바는 단순하다. 여성이 마음 놓고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며, 자신의 비전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누리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 전반과 회사의 조직문화가 여전히 성차별적이며,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부족사태 해결을 위한 여성인력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고, 출산과 육아를 남녀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여기며, 취업 현실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정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력단절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비롯하여 각종 직업훈련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다. 4대 보험이 적용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바는 시의적절하다. 다만 더 많은 여성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더 많은 정책 의제들을 찾았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사업이라도 이를 활용하는 여성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없다면, 고용률 70%와 괜찮은 여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책을 입안하는 담당자도 현장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정책도 더욱 정교화하고, 더 많은 여성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찾기를 바란다. 우문현답(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 201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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