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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개선이 필요한 이유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목민심서〉 율기편 청심(淸心)에서 "청렴하지 않고 목민관 노릇을 제대로 한 사람은 없다"며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조선시대에는 염근리(廉謹吏)와 청백리(淸白吏)를 선정해 청렴한 관리를 공직자의 사표로 삼았다.

관료의 청렴은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공직자 본연의 가치다. 다산의 청심이 오늘날 우리 공직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막고, 청렴하고 공정한 직무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존재한다.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은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한 '주식 백지신탁제도'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제도의 대상자는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주식을 백지신탁하면 금융기관은 해당 주식을 60일 이내에 팔고 다른 자산으로 변경해 운용한다. 자산의 변경·운용에 관한 사항은 신탁자에게 알려줄 수 없으며, 신탁자도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공직자의 사익을 차단해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최근 백지신탁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머니투데이 등 언론은 백지신탁한 주식이 매각되지 않은 채 국회의원 등이 상임위에서 그대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직위 변경 등 결정권 참여 제한 고려를

논란의 핵심은 백지신탁한 주식은 매각되지 않지만, 그 대상인 비상장주식의 상당수는 가족 기업 혹은 소규모 기업의 것으로서 공직자가 소유 주식의 매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도가 도입된 이후 65명이 주식을 백지신탁했지만 이 가운데 75%인 49명의 주식이 매각되지 않았고, 23명은 임기가 끝난 뒤 주식을 회수해갔다.

이러한 원인은 백지신탁한 주식이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은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회계의 투명성이 낮으며, 일정한 시장이 없어 매매가 어렵다. 이러다 보니 매각되지 않고 수탁기관에 보관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무관한 직위나 상임위로 자리를 옮기는 직위 변경 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직위를 변경하기 어려운 장·차관,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백지신탁한 주식이 매각되지 않을 경우 직무 수행 중 자신의 재정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의사결정 등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 백지신탁 후 일정 기간 안에 주식이 매각되지 않으면 그 사실을 공개하는 방안이다. 시민단체, 이해감시자 등은 고위 공직자가 직무 회피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 미국에서는 발전소 건설계약이 해지된 한 전력회사가 미국 정부를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해지 사유는 이 회사에 투자한 은행의 임원이 정부 측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이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가장 선한 사람도 자신의 재정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안인 경우에는 공명정대하지 않은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 결정은 미국에서 공직자의 사익과 공익의 충돌을 방지하는 법령의 배경이 됐다.

인사혁신처에서도 이번 백지신탁과 관련한 논란을 공직자 이해 충돌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고자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10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도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

 

황서종차장

· 황서종(인사혁신처 차장)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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