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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을 떠나 미국 뉴욕에 정착한 지 벌써 17년이 돼간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삶의 터전은 뉴욕이 됐고, 사랑하는 가족도 생겼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실무자가 됐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스타우드호텔&리조트 디자이너였고, 그 후에는 아시아 최초 W호텔을 시공한 인테리어 건축디자인 회사인 스튜디오 가야에서 일하며 세계 20여 곳의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는 독립해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혜은

▷이혜은 · 인테리어 디자이너

돌이켜보면 나는 대한민국이 발전한 덕에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4강에 진출했을 때는 어깨를 들썩였고, 가수 싸이가 뉴욕 맨해튼 32번가에서 '강남 스타일'을 부르며 세계인들을 흥겹게 할 때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특히나 미국인 친구 결혼식에 초대돼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강남 스타일'을 들었을 때는 감동이 벅차올랐다. 사람들이 '쌈쏭(삼성), 횬다이(현대)' 하며 한국 제품에 엄지를 치켜세울 때도 어깨가 쭉 펴졌다.

아쉬운 건 그렇지 않은 순간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역사, 시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발전상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심지어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택시기사와 대화하다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면 "북에서 왔니, 남에서 왔니"라고 묻고, 뉴욕에 진출한 파리바게뜨의 빵을 맛있게 먹은 지인이 이 브랜드가 어느 나라 것인지 모를 때 나는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우리 정부가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국가브랜드 구축에 앞장서는 일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국가브랜드는 한 국가에 대한 인지도, 호감도, 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에 대한 총합을 의미하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는 '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1위'라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행히 한국은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 전통문화뿐 아니라 문화, 예술, 산업 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요소들이 많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흩어진 가치들을 묶어 국가브랜드를 구축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경남 창원에 조성하고 있는 상상길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본다. 상상길에는 블록 하나하나에 2만3000명의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했는데, 이미 글로벌 온라인 응모 이벤트를 통해 200여 개 나라에서 17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외국인 지인들 중에서도 이 이벤트에 참여하며 한국에 호감을 보이는 걸 보면 벌써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해외를 무대로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들은 한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며 살아간다. 여행, 수출 등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한국인들도 국가 이미지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브랜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돼 국내외 많은 한국인들이 웃는 날이 오길 바라며, 즐겁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 이혜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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