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5박 7일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도움으로 독일을 다녀왔다. 유럽공동체의 경제 선도국이지만 모든 곳이 현대화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집이 오래되었고, 어느 지역은 시간이 멈춘 중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옛사람들이 마치 마을 전체를 현재의 사람들에게 빌려준 듯, 도시의 모습은 변함없고 사람들만 바뀌는 듯했다.
라인강을 끼고 사는 사람들에게 "라인강을 건너다닐 다리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다리를 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배를 이용해 라인강 양쪽을 오간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한강에 수많은 다리를 놓은 한국 사람들이 정말 독일보다 빠른지 깊이 생각하게 했다.
편리함과 불편함, 개인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을 바라보는 관점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또는 환경적으로 볼 때 독일과 한국은 생각부터 너무 달랐다. 이런 단면의 조각들을 모아보면, 독일에 100년 혹은 500년 이상 가업을 이어온 기업이 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일 견학을 다녀온 뒤 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육기관과 업체가 같은 그림을 그려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독일 지자체와 상공회에서 소공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 세금 혜택도 없다. 그럼 무엇을 지원하는가. 바로 소공인(小工人)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적극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체에서 인력이 필요하면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교육기관과 업체 간에 서로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준다. 학생들에게는 현장실습을 통한 실무능력과 일정 금액의 월급을 지원하고, 업체에는 필요한 인력과 숙련공 양성의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과 비슷한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했지만, 어느 정도 조건에 맞는 중소기업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공인 집적지는 자연 발생한 철공소 1400여 개 업체가 모여 있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문래동 소공인들은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재료부터 가공, 후처리,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형의 인프라가 밀집해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과연 몇 군데가 남아 있을까. 누가 이런 무형의 소중한 가치를 알고 지키려 할까.
현재 문래동 소공인 집적지는 도시개발사업지구인 동시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다. 이곳을 개발하려는 쪽과 특화사업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나눠져 있다. 이제는 두 목소리를 내는 시간 낭비는 그만했으면 한다.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하다면 모두가 그 가치를 알고 지켰으면 한다.
끝으로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가업 승계를 자랑으로 여길 수 있게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장사하는 것, 손에 기름이 묻는 것을 기피하는 사회가 되지 않아야 진정한 강국일 것이다.

글 · 안성모 (문래동 재연기계 이사)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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