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B급의 반전, ‘강남스타일’ 선풍

main

 

모처럼 자연스럽게 솟구쳐 올라온 선풍. 여기에는 근래 아이돌 댄스음악 하면 떠오르는 홍보와 마케팅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 인위적 사전 확대작업이나 인기몰이가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재미있다고’, ‘들어봤냐고’, ‘꼭 보라고’ 하는 바이러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 자연적 현상이다.

올 여름 뜨거웠던 런던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중음악이 흥행 승부를 걸기는 어려웠다. 스포츠 관련 노래라면 모를까, 국민들의 시선이 양궁, 펜싱, 사격, 유도, 체조, 그리고 여자배구와 축구 생중계에 빠져 있는 시점에 누가 가요 신곡 홍보에 나설 수 있겠는가. 음악관계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가뜩이나 어려운데 올림픽 있어서 가요시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대중가요가 맥을 못 추는 스포츠 독점기간에 홀연히 솟아올랐다. KBS는 올림픽 선수단 귀국 축하쇼에서 ‘강남스타일’을 재미있게 응용한 ‘태릉스타일’을 만들었다.

이미 이때는 미국 CNN 방송이 이 노래의 영상을 ‘꼭 봐야 할 뮤직비디오’라고 받들어줘 가장 거대한 외곽 지원 아래 가공할 기세가 확인된 시점이었다. 팬들은 벌써 싸이를 따라 집단적으로 말춤을 추며 ‘??여자’, ‘??사나이’, ‘??스타일’을 외치고 있었다.

 

1

 

1
열풍은 딱 20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나 1996년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를 닮았고 세계적으로는 클론과 같은 해에 나이 든 두 스페인 아저씨가 춤추며 전한 ‘마카레나’의 열기를 연상시켰다.

음악적 현상을 넘어선 사회적 현상으로 번졌고 지구촌 곳곳을 달구기 시작한 글로벌 현상으로 성장했다. 모처럼 세대와 지역을 망라한 진정한 가요대박이 아닐 수 없다.

인기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중독성을 일으키는 전자음의 리듬 반복이 무아지경을 연출하는 음악적 매력이 먼저다. 흔히 트랜스(Trance)라고 일컫는 이러한 몽환적 분위기에다 노랫말은 23년 전 변진섭의 ‘희망사항’ 이래 가장 재미난 남녀 짝짓기 가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입에 딱딱 달라붙는다.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오 섹시 레이디, 오빤 강남 스타일!’

거부할 수 없는 재미, 절로 따라 부르게 되는 흥은 대규모 음악현상의 기반이다. 따라 부르는 정도가 아니라 제목과 가사 일부를 바꿔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변용(變容) 가능성 또한 무궁하다.

‘태릉스타일’이 그중 하나로 ‘강북스타일’, ‘영등포스타일’, ‘뉴욕스타일’, ‘변태스타일’, ‘루저스타일’, ‘교수스타일’, ‘범생스타일’ 등등이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인기확산은 필연적이다.

서울에서 잘나가는 동네인 강남을 목놓아라 연호하지만 정작 싸이의 모습은 작고 망가진 광대요, 피에로다. 품위와 격조가 없다.

B급이다. 이 역설이 재미를 잉태하고 파괴력을 발하고 있다. 만약 수퍼미남 장동건이나 강동원이 ‘강남스타일’하며 정통과 우아함을 드러냈다면 호감은커녕 반감을 불렀을 것이다. A급 아닌 B급, 일류 아닌 이류가 가지는 친근감의 폭발력이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과 1등, 1퍼센트가 지배하는 세상, 쿨과 격이 압도하는 사회에 은근하고도 유쾌한 린치를 읽는다. 거룩한 광대 찰리 채플린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오로지 단 하나, 단 하나의 존재로 남아 있으며, 그것은 바로 광대다. 광대라는 존재는 나를 그 어떤 정치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는다.”

정말로 간만에 흐뭇하고 뿌듯한 대중가요에 사람들이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