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사실 카메라의 성능은 이미 필름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시절에 완성되었다. 완벽한 성능을 자랑하는 아날로그 렌즈는 정밀한 영상을 만들어 냈다. 필름 또한 궁극의 화질을 표현할 수 있었다.
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 값에 따라 적절한 빛의 양을 스스로 조절할 수도 있었다. 렌즈를 갈아 끼워 가며 사진을 찍는 고급 카메라 뿐 아니라 간편한 휴대용 카메라로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기술적으로 완벽했다. 부족한 것은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의 실력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파괴할 혁신적인 제품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코닥사에서 만들었다. 코닥의 연구실에서 만든 초기 제품은 크기, 성능, 해상도 면에서 너무 열악해 상품화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가 성공하면 필름 시장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코닥은 더 이상 제품 개발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시대를 앞서 간 발명품을 사장시킨 코닥은 결국 이 때문에 파산하게 된다.
초기의 디지털 카메라는 성능이 열악해 필름 카메라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필름에 비해 빛을 감지하여 영상을 만들어 내는 디지털 센서는 해상도가 낮았고 가격도 비쌌다. 광량을 인식하는 성능도 나빠 조금만 어두운 곳에서도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가 힘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에 비해 덩치도 컸다. 그나마 쓸 만한 성능을 가진 제품의 가격 또한 매우 비쌌다. 때문에 사진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디지털 카메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아직까지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디지털 센서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수천만 화소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빛에 대한 반응성이 오히려 필름보다 좋아져 어두운 곳에서도 훌륭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찍고 나서 현상과 인화를 거쳐야 하는 필름과 달리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인해 디지털 카메라가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 부품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다. 이젠 밝기를 맞추기 위해 조리개와 셔터를 조정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가 이들을 완전히 자동으로 처리해 주므로 사용자는 버튼만 누르면 될 정도다. 광학적 손떨림 방지 장치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 이미지 센서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진화하여 초보자도 전문가급의 또렷한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능이 발전할수록 사용자는 더 쉽게 더 좋은 사진을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카메라의 크기는 나날이 작아졌다. 렌즈 교환형 카메라도 휴대형 카메라만큼 작아져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다. 렌즈는 스마트폰에 내장될 정도로 극단적으로 작아졌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도 좋아져서 휴대형 카메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반비례해 휴대형 카메라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의 모든 부분이 디지털화했지만 딱 하나, 렌즈만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와 차이가 없다. 아날로그 렌즈 제조에 명성을 날리던 업체들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이들이 만든 렌즈는 카메라 본체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렌즈 제조에 뛰어든 후발 업체들은 유명 업체의 제품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아날로그 기술은 쉽게 모방하기가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전히 아날로그 영역인 것이다.
여태까지 카메라 렌즈의 디지털화 시도는 많이 있었다. 일단 사진을 찍고 초점은 나중에 조정할 수 있는 리트로 라이트란 제품도 있다. 초점은 렌즈로 맞추는 것이란 상식을 뒤엎고 센서가 빛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기록한 후 이를 이용해 초점을 나중에 맞출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유리로 만든 렌즈를 사용하는 데서 기존 카메라와 다를 바 없다.
궁극의 디지털 렌즈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액체 렌즈다. 액체 렌즈는 사람의 눈을 흉내 낸 렌즈이다. 우리 눈은 한 개의 수정체만으로 두께를 조절하여 가까운 것과 멀리 있는 것을 모두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액체 렌즈는 액체의 두께를 조절하여 상을 맺게 하는 렌즈다. 전기가 통하는 액체를 기름과 같이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 사이에 넣은 다음 전압을 조절하여 액체를 평평하게 만들거나 두껍게 만들어 다양한 초점의 렌즈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
액체 렌즈의 장점은 명확하다. 한 개의 렌즈로 광각부터 망원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렌즈를 바꿔 끼우는 불편함이 없다.
여러 개의 유리로 된 렌즈의 초점을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모터가 필요하지만 액체 렌즈는 약한 전류만으로도 충분하다. 때문에 크기도 작게 만들 수 있다.

액체 렌즈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성능은 더 뛰어난 카메라를 내장할 수 있다. 액체 렌즈는 기계적인 동작 부분이 없이 전기로 동작하므로 렌즈의 반응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피사체에 카메라를 가져가는 순간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액체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액체 렌즈 카메라가 상용화할 때쯤이면 센서 기술도 발달하여 전문가급 제품도 아주 작은 크기를 가질 것이다. 아직은 액체 렌즈가 실험 단계이지만 상용화한다면 카메라의 마지막 아날로그 부품인 렌즈까지 디지털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카메라가 완전히 디지털화하면 주로 스마트폰 등 다른 제품의 일부분으로 되고 독립된 제품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카메라의 기능이 나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가 완성된다고 사람들이 사진 찍는 기술까지 완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까지 기술이 커버할 수는 없다. 그때도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장비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사진 실력을 결정하는 것은 찍는 사람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임에는 분명하다.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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