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남조류는 지구에 최초로 출현한 생물 중의 하나로서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들고 산소를 발생시키는 생산자이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던 지구의 대기에 지난 30억년 이전부터 산소를 공급하고 스스로는 고등생물의 먹이원이 됨으로써 지구 생태계를 창출하고 부양해 왔다.
물속에는 규조류, 녹조류, 남조류 등의 다양한 조류가 있다. 이들이 없다면 물고기가 있을 수 없고 하천에는 수금류나 수달이 살 수 없으며 바다에는 고래가 살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조류를 마치 박멸해야 할 해충 정도로 여기는 것은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
그러나 마치 자신들의 공헌에 대하여 유세를 부리는 양 이들의 과도한 생존력은 때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즉 다량으로 발생한 남조류는 역한 냄새를 발생시키며 정수처리 과정에 여과지를 막아 수돗물 생산을 어렵게 한다.
지난해 겨울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전역의 수돗물에 흙냄새가 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팔당댐 상류의 북한강 수계에서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Anabeana)가 증식하면서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냄새 물질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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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스민은 수중의 조류 또는 뻘에 서식하는 방선균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물질은 인체에 유해성이 없으며 휘발성이 강해 물을 3분 정도 끓이면 쉽게 제거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심리적으로는 불쾌감을 주게 된다. 고인 물에서
잡힌 붕어를 요리해 먹어도 탈은 없지만 곰팡이 냄새 또는 비린내가 그 질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에 북한강에서 조류 발생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다. 이로 인해 경기도 남양주시와 양평군 지역에서 수돗물 냄새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12월부터는 팔당광역상수원에서 용수공급을 받는 수도권 전역으로 수돗물 냄새 민원이 확산되었다. 2009년 8월에는 이상 고온으로 용담댐에 조류가 발생하여 그 물을 공급받는 전북 전주시의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강 수계에서 동절기인 11월 이후에 남조류가 이상 증식한 것은 예년에 전혀 발생되지 않던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예년에 비해 북한강 상류의 강수량이 크게 줄어들어 물이 정체된 데다,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수온이 10도 이상으로 상승한 것이 조류 발생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청정 이미지를 자랑하던 북한강 수계의 최근 환경여건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북한의 임남댐 건설에 따른 유역변경으로 화천댐의 방류량이 약 40퍼센트 줄었으며, 산림의 개간과 농경으로 비점오염원의 영향이 커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볼 때 아직도 여전히 북한강은 우리나라의 어떤 수계보다도 수질이 우수하다. 이번에 발생한 북한강의 동절기 조류발생 사태에 비추어 볼 때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조류발생과 수질악화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장기화하는 가뭄으로 하천의 유량이 감소하고 수온까지 상승하면 평소 수질이 좋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조류발생이 대폭 증가하고, 이로 인해 수돗물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조류의 성장을 좌우하는 주요인은 빛과 수온 및 영양염류이다.
이러한 요인이 적합한 환경이 되면 조류가 증가하고 부적합하면 감소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할 경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조류발생이 심화할 수 있다. 4대강 본류 중에 조류가 상시적으로 대발생하는 낙동강 하류는 1월에 조류의 농도가 가장 높다. 이는 낙동강 하류가 겨울철에 결빙이 일어나지 않고 조류발생에 충분한 빛이 수중으로 투과되기 때문이다.
팔당호의 봄철 총인 농도는 연중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조류의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지금부터 1백여년 전인 1910년대에 한강의 결빙기간이 약 3개월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10여 일에 불과하여 빛의 제한이 적어진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결빙도 약화는 겨울철 조류발생의 북상으로 이어지며 강우의 편중은 가뭄 시 조류의 축적으로 이어진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조류 문제를 인식하고 조류저감기술 종합 발표회를 여는 등 조류발생 대응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 발표회에서는 20여 가지의 국내외 기술이 소개되었다.![]()
각각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조류의 종류가 다양하고 수체의 규모와 물흐름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도 만병통치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양한 기술의 개발과 융합으로 문제를 풀어 가야 하며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류의 발생은 수질과 기상의 조합물이다. 따라서 조류성장을 촉진하는 영양물질을 발생시키는 오염원의 원천적인 관리와 아울러 영양물질에 대한 처리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하고, 상류 댐을 연계하여 한발의 기간에도 하천의 환경보전 유량을 유지시켜야 한다.
또한 원수에서의 조류저감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조류의 대발생에 대비해 조류경보제를 확대 시행하고, 수돗물 정수처리 시설의 보강을 통해 상시적으로 국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공동수 (경기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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