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 대중음악계를 이끈 신중현의 음악이 돌아온다. 그것도 특별하다. 신중현은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서구 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창조적으로 가공해 ‘한국 록의 대부’, ‘한국 대중음악의 총 설계자’라는 역사적 위상을 갖는 음악가다. 먼저 오는 12월 1~2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신중현 콘서트가 개최된다. 또한 전설급의 베이스 연주자 송홍섭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팀이 그의 전성기 음악을 되살린 앨범 ‘뮤직 오브 신중현’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다시금 신중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6년 은퇴를 선언한 그가 공연에 나서는 것도 각별하지만 그가 특별하게 돌아온다고 하는 이유는 ‘카도’라는 이름의 프로젝트팀이 준비한 신중현 음반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홍섭, 신윤철, 신석철, 김책, 황유림의 5인조인 ‘카도’는 인디언 추장을 가리킨다. 카도는 곧 신중현이다. 카도 멤버 가운데 신윤철과 신석철은 신중현의 둘째·셋째 아들이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반(反)디지털이다.
세상이 온통 디지털로 뒤덮여 있어도 신중현의 전성기 음악은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이기 때문에 바로 그 방식으로 신중현 음악을 재해석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절 사운드 그대로 후대들에게 신중현 음악의 진정성과 오리지널리티를 전하려는 취지인 셈이다. “그때 신중현 음악의 사운드는 이랬다!
이랬어도, 지금의 사운드와 판이했어도 그 창의성은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난다!”고 열변하고 싶은 것이라 할까.
카도는 이를 위해 그 옛날처럼 ‘릴 테이프’에 의한 녹음 방식, 이른바 아날로그 녹음방식을 택했으며 모노(Mono) 믹싱을 취했다. 여기에다 다섯 명이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 곡 전체를 한방에 녹음하는 과거 ‘원 테이크’ 방식을 고집했다.
왜 이렇게 한 것일까. 그들은 지금 레코딩 방식이 음악 본연과 너무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것저것 갖다 붙이고, 음정과 박자가 틀려도 해결되고, 그리하여 가수는 심한 경우 완창도 해보지 못하고 녹음을 완료하는 기술만능의 시대다.
결과물은 신선하다. 비록 낡은 터치가 퍼져 있지만 음악이 생물처럼 살아 꿈틀댄다. ‘소문났네’, ‘님은 먼 곳에’, ‘하필이면 그 사람’, ‘그대는 바보’, ‘후회’, ‘거짓말이야’는 정말 1969년과 1970년 김추자가 노래하던 당시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는 기분이다. 여섯 곡 모두 신중현 선생이 ‘사단의 특급스타’ 김추자에게 준 곡들이다.


사운드는 두터운 듯해도 인간적이고, 투박한 것 같아도 자연스럽고, 오래된 것 같아도 윤택한 느낌이 전편을 관통한다. 멤버들은 각자의 파트를 알아서 스스로 디자인해서 연주에 임했다고 한다.
즉 작위적인 편곡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악이란 라이브가 증명하듯 원래가 ‘자유의 표현’이다.
카도가 원했던 것은 바로 자유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다. 노래를 부르는 방년 20세의 여성 황유림도 밋밋하고 건조할 수도 있지만 소박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인내하며 소리를 풀어낸다. 감정과잉이란 없다. 그 차이는 곳곳에 악센트를 부여하는 김추자의 노래 ‘님은 먼 곳에’와 ‘거짓말이야’ 원곡과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신중현 음악을 단순히 우리 시대로 불러낸 것이 아니다. 신중현이 실제 정력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정체성을 구축했던 당시의 순수, 열정, 진보성에 대한 소환이다. 낡은 것, 옛날 것이 결코 뒤지는 게 아니다. 디지털 세계에는 없는 온기가 있다. 아니 습기도 있다.
그 온습(溫習) 때문에 타임머신을 태워 40년 전으로 보내도 우리는 지금 2012년보다 더 행복하다. 신중현 음악은 여전히 위대하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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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