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전자책 통해 작가 ?독자 직거래 시대 온다

1

 

인터넷은 유통업종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온라인 쇼핑몰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단순 유통업자들을 도태시켰다. 특히 부동산중개업 등 정보를 독점하여 이익을 취하는 분야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인터넷으로 인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제 가정주부들도 계란과 같은 생필품조차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판매 분야는 인터넷이 완벽하게 주류 유통망으로 자리 잡았다. 서점과 음반가게 등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망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온라인 때문에 한국의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고 블루레이는 도입도 되기 전에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출판 만화 시장 대신 인터넷 만화가 대세가 되었다. 불법복제 탓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경향은 예정된 수순일 뿐이다.

2
책도 물론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작은 책방에서 새책 냄새를 맡으며 신간을 고르던 낭만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이고 아예 책 자체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7구글은 지금까지 출간된 전세계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종이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지식은 책에 담기게 되었지만 검색이 힘들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책 속에 담긴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면 누구든지 필요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책이라는 형태의 상품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대세이므로 아날로그인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사업의 미래가 암담할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디지털화한 책이 유통되는 방식을 생각해 볼 때 전통적인 출판사 또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출판이 활성화하면서 중간단계가 사라지고 온라인 유통사와 작가가 3대7로 수익을 나누는 형태가 정착되고 있다. 전통적인 출판시장에서 종이책 값의 10퍼센트 정도의 인세를 받던 작가들은 70퍼센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출판을 선호하게 될 것은 당연하다.

디지털출판 시장에서도 여전히 출판사는 존재한다. 출판경험이 없는 예비작가와 아직 지명도를 얻지 못한 작가는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야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제작과 유통은 사라져도 편집 분야는 여전히 살아남을 분야다.

하지만 지명도를 가진 작가들은 출판사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들과 수익을 나누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명도 있는 작가들이 오히려 출판사를 고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출판사의 역할은 축소되고 기획과 편집 그리고 마케팅 등으로 쪼개져 작가들에게 개별적인 분야를 서비스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3
작가들은 출판기획자를 고용하여 어떤 책을 만들지 결정하고, 원하는 편집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교정을 받아서 책을 완성한 다음 직접 판매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 그리고 아마존과 같은 거대 유통망이 작가와 기획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독립출판사는 사라지고 이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책 단위로 결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출판사는 해체되어 출판에 필요한 업무를 서비스하는 하부조직으로 변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출판은 책 제작비도 획기적으로 낮추기 때문에 출판의 문턱도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지명도 있는 작가들뿐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들까지 직접 책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 수 있게 된다. 출판 플랫폼이 활성화하면 누구나 자신의 책 한 권쯤은 출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미 미국의 아마존은 자비출판 도서를 지원하고 독자평가가 높을 경우 아마존이 직접 재편집하여 판매해 주고 있다. 아마존은 또 책뿐 아니라 자비로 만든 영화와 음악을 직접 판매할 수도 있게 해 준다. 아마존은 현재 인기 있는 외국도서를 직접 번역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출판사를 인수하여 직접 책 발간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 또한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앱스토어 모델을 발전시켜 디지털책 시장에서도 작가와 독자를 직접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애플의 북스토어에는 누구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판매용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출판사들의 책뿐 아니라 자가출판도 활발한 편이다.

전자책을 판매하기 위해 꼭 이런 유통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에 전용 사이트를 만들고 자신의 책을 직접 팔아도 된다. 지명도가 있다면 유통 플랫폼에 30퍼센트의 수수료를 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또한 소셜 펀딩이란 온라인 기부 사이트를 통해 미리 책을 판매할 수도 있다. 1백 편의 만화를 기획하고 일정 기부금을 넘을 때마다 한 편씩 발표하는 콘텐츠 판매 방식이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콘텐츠 유통 방식이 실험되고 있는데 이것들은 결국 출판사의 종말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4
하지만 좀 더 근원적으로 생각해 보면 책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합당한 추론일 것이다. 아이들은 지루한 동화책보다는 컴퓨터와 TV 그리고 게임기를 더 선호한다. 모든 전자기기를 집에서 없애고 아이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음 세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를 취사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책이 필요하겠지만 정작 필요한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음악시장에서 음반 전체가 아니라 한 곡씩 따로 팔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책 한 권 전체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서 구입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숙제를 대신 해 준다고 비난받는 온라인 리포트 판매가 앞으로의 책판매 방식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전체를 파악하는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 여전히 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도 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미래가 가까워 올수록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들게 된 작은 서점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