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미국에 관한 한 이전의 K팝 가수들과 싸이는 그 인기몰이의 방향이 전혀 달랐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불려갔다. 이 때문에 “기존 가수들은 노력해서 해외로 진출한 반면, 싸이는 강제로 해외진출을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 가운데 하나가 ‘강제진출 국제가수’다. 그 월드와이드 폭풍은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이 ‘꼭 봐야할 뮤직비디오’로 추천한 것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응원 글을 SNS에 올렸고, 곧이어 싸이는 저스틴 비버가 소속된 미국 굴지의 레코드사와 음반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한국에서 발발해 미국으로 번져간 것이 아니라 미국이 나서서 바람을 만들었다는 것의 증명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한국 노래 하나에 정복당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먹힐 만한 한국 노래 하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타국에서 시작된 인기 양상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미국이 ‘강남스타일’을 골라내 그 인기잠재성을 딴 나라들에 확산했음을 뜻한다. 마침 싸이가 버클리 음대 출신에 영어에 능숙하다는 사실은 싸이 본인에게는 유리하게, 미국 음악계에는 금상첨화로 작용했다.

선택의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이 곡이 가진 세계적 성공의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은 탄탄한 월드시장 마케팅을 동원할 수 있다. 산업적 파괴력은 어떤 나라도 비교가 안 된다. 즉 ‘강남스타일’을 널리 팔 수 있어서였고 그렇게 되면 미국 음악계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수익창출이 글로벌로 이뤄진다면 한국가수면 어떻고 태국가수면 어떠한가.
‘강남스타일’이 떠오르자 이곳저곳에서 1995년 로스 델 리오(Los Del Rio)의 ‘마카레나’에 견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두 스페인 아저씨가 부른 이 곡도 미국 음악계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그 시장잠재력이 포착된 것이다. 의도대로 ‘마카레나’는 빌보드 차트에 14주간 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적 대박을 쳤다. 결국 ‘강남스타일’은 ‘마카레나’와 유사한 히트경로를 밟은 셈이다. 미국이 음악자본을 굴려 유통을 하고 미국이 매출을 걷어올리는 것이라면 미국가수든 스페인가수든 한국가수든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걸 그룹 가운데 최고인기를 누리는 ‘카라’가 돈을 번다면 일본이 버는 것이지 한국이 버는 게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가수 얼굴만 달라지는 것일 뿐 어차피 일본의 음악자본이 가동하는 것이다. 연예인은 국적불문이다. 물론 싸이도 수입이 늘어날 것이고 소속사 YG도 일정 수익을 챙길 것이다. 그것은 미국 입장에서 응당 지불해야 할 기본비용이다. 큰 매출과 수익그래프를 그리는 주체는 미국의 음악계다.
미국의 상업적 산업적 선택이 아니었다면 ‘강남스타일’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강남스타일’에 이어 싸이를 포함한 K팝 가수들의 또 다른 빌보드 히트곡이 쭉쭉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이 선택한 것은 ‘강남스타일’의 재미와 세계적 흥행 가능성이지 결코 싸이나 K팝 장르는 아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한국의 영광 혹은 K팝의 새 기회로 직결시키는 것은 국가주의적 해석일지 모른다. 4주째 2위라는 놀라운 빌보드대첩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조금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세계성을 가진 음악을 부지런히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자꾸 빌보드 빌보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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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